비공개 통화서 “장난치고 있다” 발언까지
트럼프 특사 협상에 유럽 배제감 심화
“젤렌스키 보호해야” 한목소리
2025년 12월 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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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미국 주도로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유럽 주요 정상들이 미국을 향해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비공개 대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독일·핀란드 정상들까지 “장난을 치고 있다”, “젤렌스키를 이들 손에 맡겨둬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유럽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4일(현지시간)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 공유된 비공개 통화 내용을 보도하며, 유럽이 사실상 종전 협상에서 배제된 채 미국 특사단이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핵심 협상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명확한 안전보장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해당 표현을 부인했지만, 통화에 참여한 정상 2명이 슈피겔에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앞으로 며칠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이 우리 모두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그들’은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를 이들과 함께 남겨둬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고,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은 “의견에 동의하며 우리는 젤렌스키를 보호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통화에는 폴란드·이탈리아·덴마크·노르웨이 총리, 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정상들은 윗코프 특사를 브뤼셀로 불러 협의를 진행하길 원했지만, 윗코프 특사는 지난 2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미국으로 바로 돌아갔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반영해 종전안 초안을 28개항에서 약 20개항으로 압축한 뒤 러시아와 조율 중이다. 그러나 초안에는 돈바스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고, 서방의 러시아 동결자산을 해제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한다는 등 유럽이 기존에 주장해온 조건과 정반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유럽 정상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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