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계엄 두둔…복붙한 듯 "내란몰이" "레드카드"
송 원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했지만 진정성 흩어져
초·재선들 나서 '사과 성명', 친윤 권영세도 "깊이 반성"
당 내 일부 "지도부 안 바뀌면 결단해야 할 상황 올 것"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1월 29일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충북 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9 [국민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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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여권의 '내란몰이' 종식 분기점으로 삼아 '원보이스'를 통해 대여투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전날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사과 거부'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당내 분열만 가속화 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투톱은 전날(3일) 12·3 비상계엄 1년 메시지와 관련해 상반된 톤을 보였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사과 없이 "비상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반면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도부는 투톱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장 대표는 '당원', 송 원내대표는 '국민'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당내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내란특검도 추가 영장 청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지도부 차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여권의 내란 프레임을 걷어낼 수 있다는 당내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장 대표의 메시지가 기대와는 정 반대로 나오면서 다시금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밝힌 '12·3 비상계엄' 메시지가 장 대표의 메시지와 판박이 수준으로 나오면서 송 원내대표의 사과를 덮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목적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으로, 윤 전 대통령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기도"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국회의 탄핵소추를 "내란몰이"로 규정했다. 현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및 사법개혁 등에 대해서는 각각 "레드라인"과 "헌정질서 파괴"라고 표현했지만 현 정부에 "레드카드"를 들어달라고 같은 표현을 썼다. 이 때문에 장 대표와 윤 전 대통령이 상호 긴밀히 교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전날 장 대표의 입장 발표 직후 당내에선 친윤(친윤석열)계와 쇄신파를 가리지 않고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과 메시지가 잇달아 쏟아졌다. 초·재선 중심으로 25명의 의원이 사과 성명을 냈고, 여기에는 앞서 배준영·엄태영·이상휘·조은희 의원 등 당내 주류로 분류됐던 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탄핵 정국에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친윤(친윤석열)계 5선 권영세 의원도 "중진의원으로서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이 반성한다"고 전격 사과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반성 의사를 표명한 의원은 당 전체 107인 중 4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송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인 것 역시 장 대표 메시지의 파장이 예상을 뛰어넘자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란 말도 나왔다.
지도부는 '이제는 대여투쟁에 힘을 모을 때'라며 장 대표의 메시지가 불러온 파장을 급히 수습하고 나섰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발언이 계몽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당 주도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됐고,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민주당 내란몰이의 종식이 있어야 하는 국면"이라며 "일당독재와 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진석-김남국 인사청탁 문자 논란',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 등 거듭된 여권의 악재에도 장 대표의 강경 발언이 이를 모두 덮는 모양새가 되면서 지도부가 바라는 대여투쟁 '단일대오'는커녕, 장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난 모습도 보인다.
당내 대표적 쇄신파인 김재섭 의원은 전날 장 대표 메시지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 당대표 자격도 없다"며 거취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장 대표가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경우 이같은 '반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당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도부가 이렇게 계속 바뀌지 않으면 결단력 있게 가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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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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