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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중국 초저가 공세에 유통 흔들…오세희 “제도 없이 시장 못 지켜” [K-산업 구조中심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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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脫)중국’을 외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K’라는 이름 아래 한국 산업은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중국의 부품·소재·자본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원료에서 태양광, 통신장비, 드론, 생활 소비재까지, 산업 곳곳에 스며든 중국 의존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K-산업 구조中심’를 통해 ‘탈중국’의 구호와 ‘종속’의 현실 사이의 괴리를 추적했다. 기술 자립을 내세운 산업정책의 그늘을 해부하고, 산업 자립의 구호가 실질적 공급망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짚는다.

    쿠키뉴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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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던 ‘수빈 아카데미’의 중국 진출을 추진했지만, 출발부터 막혔다.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를 쌓아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상표가 교묘하게 먼저 등록돼 있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오 의원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K-브랜드 가치가 더 커졌지만 상표 무단 선점 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의원은 상표 선점을 단순한 과거 사례가 아닌, 현재 중국 e커머스 생태계와 결합해 더 큰 구조적 문제로 확산된 지식재산 침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가격·속도·공급망에서 압도적인 비대칭 경쟁이 벌어지며 시장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가격 격차가 10분의 1 수준까지 벌어지고, 안전 기준도 없는 제품들이 워낙 많이 들어오면서 제도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며 “이미 시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96.7%가 중국 e커머스 플랫폼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으며, 79%는 ‘사실상 대응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현장의 체감도는 더욱 심각하다. 오 의원은 “동대문 의류업계조차 가격 차이를 감당하지 못해 ‘대응이 불가능하다’더라”고 말했다. 해외직구 거래액은 2019년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원으로 5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고, 그중 중국산 비중은 61.4%에 달한다.

    오 의원은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소상공인·자영업 기반이 무너지고 유통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면서 현시점을 “위기 단계로 보면 50~60% 정도까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안전 문제도 짚었다. 단가가 낮은 만큼 품질 관리가 사실상 비어 있는 제품이 무방비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어린이 제품에서 발암물질, 카드뮴 등이 검출되는 사례를 보면 국민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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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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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초저가 공세가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에는 현행 150달러 소액면세 제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 의원은 “현행 150달러 소액면세 제도는 중국발 초저가 공세를 키우는 구조”라며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 대부분이 1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부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도 직구 면세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800달러 이하 직구 면세를 전면 폐지하고 중국산에 평균 3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U·호주 역시 면세 기준을 축소하고 있다. 반면 한국만 여전히 150달러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오 의원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위조·모조품 확산은 중국 제도 특성상 구조적으로 발생한다”며 “겉보기엔 거의 똑같지만 법망을 피하도록 일부만 바꾸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 정식 출시도 하기 전에 중국에서 유사 브랜드를 선점하거나 로고·CI를 교묘하게 변형해 등록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그는 해법으로 강력한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소액면세 폐지, 지식재산권 감독 강화, 유사·모조품 강력 단속, 안전성 인증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급증한 위조상품 유통을 자동으로 감지하기 위한 AI 단속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AI 단속은 언어·데이터 학습 한계로 아직 완전 자동화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국적 플랫폼 특성상 데이터 규모가 방대해 현재는 재택 모니터링과 AI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7개 법안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다. 발의 법안은 △소상공인기본법 △중소기업기본법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제품안전기본법 △전자상거래법 △의료기기법 등 7건의 개정안이다.

    그는 “이번 7개 법안은 제품 안전성 강화, 유사·모조품 대응, 전자상거래 확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 정비 등이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미국도 테무·알리의 시장 잠식 문제로 논란이 커지는 만큼 한국 또한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역할 분절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오 의원은 “기관별 역할이 흩어져 있어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고, TF를 구성해 통합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중기부, 산업부, 과기정통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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