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루의 종착지 : 쓰고 버려지는 청년들
미래의 드라퍼들
③ 대놓고 ‘마약 사세요’, 유혹하는 SNS
엑스(옛 트위터)에 마약 구매를 검색하면 나오는 계정들. 대놓고 마약을 취급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대개는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을 하도록 유도한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박준규·이영기 기자] 마약이 거래되는 ‘암시장’으로 다크웹(일반 검색엔진으로 접근할 수 없는 웹공간)이 2018년께 활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경찰은 본다. 2020년부터는 다크웹과 각종 소셜미디어(SNS)가 같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SNS는 평범한 사람이 중독의 늪에 빠지는 시작점이다. 익명의 판매자는 SNS에 홍보물을 올리고 텔레그램 같은 폐쇄형 플랫폼으로 유인한다. 최근에는 다크웹의 비중이 줄었고, 대부분의 통로는 SNS로 옮겨갔다.
최진묵 인천다르크(DARC·마약중독재활센터)센터장은 “접촉 경로는 대부분 SNS다. 휴대전화가 곧 마약 상선이 돼버렸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고 다양한 사이트에 대한 정보가 많은 젊은이들이 마약으로 상담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마약 접촉의 ‘관문’이 된 SNS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온라인을 훑으며 마약류를 불법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걸러낸다. 찾아낸 게시물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삭제·차단을 요청한다. 방심위는 다시 SNS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조치를 요구하는 식이다. 비슷한 작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검찰 등도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SNS와 다크웹에서의 마약 범죄 관련 게시물을 자동 탐지하는 E-드러그(E-drug)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러 SNS 플랫폼 가운데 마약류 게시물이 넘치는 곳은 단연 엑스(X·옛 트위터)다.
엑스(옛 트위터)에 마약 구매를 검색하면 나오는 계정들. 대놓고 마약을 취급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대개는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을 하도록 유도한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는 2024년에만 7742건의 마약 판매 불법 게시물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3521건(45.5%)은 엑스에 올라온 것이었다. 올해는 1~8월 사이에 2879건을 탐지했는데 68.5%(1973건)는 엑스에서 찾았다. 놀랍게도 이들 마약 게시물 상당수는 대마, 히로뽕, 코카인, 필로폰, 졸피뎀, 스틸녹스, 애더럴 등 온갖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 이름을 직접 게재했다.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가리지 않고 대놓고 판매를 홍보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공영역이 방심위에 불법 게시물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유희정 서울시 마약대응팀장은 “사업자가 기술적으로 애초에 마약 판매 게시물을 올릴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엑스 측에 공문을 보냈다. “귀사가 최소한 주요 마약류 명칭만이라도 구조적으로 먼저 차단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 마약류의 불법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조치”라는 내용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공문을 받은 엑스 측은 유선으로 서울시에 지자체가 기업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이후 이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공식적인 회신은 없는 상태다. 여전히 엑스에는 마약을 취급한다는 계정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전국 어디서나 주문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텔레그램이나 시그널 등 폐쇄형 메신저 아이디를 보여준다.
경찰은 올해 초 온라인 마약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온라인 판매 광고 대행업자, 마약 운반책(드라퍼),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 등 마약 유통 생태계를 추적하겠단 목표에서다. 한 경찰 마약수사관은 “모니터링으로 마약 판매나 거래 의심 정황은 쉽게 발견된다. 당사자 특정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SNS 사업자들의 협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