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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동반자·경쟁자·구원투수…하림·SM·호반, 업계 흔드는 ‘동맹’ [호남 기업 3인 성공방정식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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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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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SM·호반그룹이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 전선에서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재계의 새로운 연대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사업 확장 국면마다 '파트너ㆍ경쟁자ㆍ지원군'을 오가며 형성한 이른바 '호남동맹'이 해운ㆍ건설ㆍ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하림·SM·호반 세 그룹은 주력 사업은 다르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여러 지점에서 얽혀 왔다.

    특히 김홍국 하림 회장과 우오현 SM 회장은 모두 양계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공통점이 있으며, 1970년대에는 공동으로 양계장을 운영하며 사업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후 각자의 그룹을 키워가는 동안에도 교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각자의 사업이 해운업으로 확장하는 데서 빛을 발했다. SM그룹이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하며 벌크선 사업에 진출하자 하림그룹도 2015년 팬오션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뛰어들었는데, 당시 우 회장이 김 회장에게 팬오션 인수를 추천했고 인수 과정에서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운업 진출은 양쪽 기업에 모두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현재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업계에서 각각 입지를 다지며 선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과 김상열 회장도 끈끈한 동맹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23년 하림이 팬오션을 앞세워 HMM 인수를 추진할 당시 호반그룹이 자금 조달에 힘을 보태며 우정을 드러냈다. 하림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호반은 팬오션이 발행하는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할 예정이었다. HMM 인수는 무산됐지만, 호반의 지원이 하림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역할이 뒤바뀌어 하림이 호반의 ‘우군’으로 나섰다. 호반건설이 한진에 이어 LS그룹과도 지분 경쟁을 벌이자, 하림이 팬오션을 통해 LS 지분 일부를 매입하며 호반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3월 호반이 LS 지분 3%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영권 분쟁설이 제기된 가운데, 하림의 추가 지분 취득까지 더해지면서 양측의 연합 가능성이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상열·김홍국 회장의 두터운 친분을 고려할 때 이런 움직임이 LS그룹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밖에 SM그룹과 호반의 경우 최근 미디어·방송 분야에서 접점을 넓히고 있다. SM그룹은 2019년 UBC울산방송을 인수했고, 호반그룹 역시 서울신문을 비롯해 KBC광주방송, 전자신문, EBN 등 다양한 언론사를 잇달아 인수·매각하며 영향력을 키워 왔다. 특히 김상열 회장의 경우 서울신문 회장을 직접 맡는 등 미디어 사업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들 세 회장의 관계를 ‘동반자이자 경쟁자, 때로는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하는 독특한 모델’로 평가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남에서 출발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하기까지 세 그룹은 서로 자극제가 되면서도 끈끈한 우정도 숨기지 않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M&A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협력과 경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지영 기자 (kjy42@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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