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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장동혁이 ‘계엄 사과’ 안 하는 진짜 이유[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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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탄파 축출” 강성지지층 결집 전략으로 당선된 장동혁

    “당이 아닌 장동혁 개인의 집토끼를 잡겠다는 것 아니냐”

    국민의힘, ‘무릎사과 이후 총선 승리’ 빌리 브란트의 길 가야

    경향신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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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불법계엄 사태가 지난 3일로 1년을 맞았습니다.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했으며, 전체 의원 108명(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 포함) 중 단 18명만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는 등 계엄을 사실상 방치한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냈을까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냈는데요. 왜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걸까요? 오늘 점선면은 그 이유에 대해 파헤쳐볼게요.

    점(사실들): 사과 없이 계엄 정당화한 국민의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불법계엄 1년이자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입장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전 대통령 모두 사과는 하지 않고 계엄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전가한 겁니다.

    반면 송언석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대표해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당의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엇갈린 겁니다. 초·재선 중심의 국민의힘 의원 25명도 같은 날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었다. 당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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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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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맥락들): 장동혁이 사과 안 하는 이유…개인적 욕심 때문?


    왜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 한목소리로 사과하지 않는 걸까요? 이는 현재 국민의힘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선명성 전략으로 당선됐다는 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원래 장 대표는 한동훈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는 등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던 사람이었습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의 한 사람이 장 대표이기도 합니다.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지난해 12월16일 한동훈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사퇴한 이후에는 그와 정치적으로 결별하게 되는데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관저 앞에서 집결하는 등 ‘찬탄(탄핵 찬성)’의 길이 아닌 ‘반탄(탄핵 반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장동혁 대표는 친윤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게 되는데요. 6·3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보다 인지도가 낮았던 장 대표가 김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선명성 전략이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정부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찬탄파·친한계를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반면, 장동혁 대표는 찬탄파를 ‘내부총질 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축출하겠다는 메시지를 냈거든요. TV토론회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씨를 고르기도 했고요.

    다만 의문점은 남습니다. 당대표 취임 이후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이 중도층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은데요. 왜 장동혁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강성지지층에만 집중하는 걸까요? 상식적으로는 이 같은 행보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여러 정치권 인사들은 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이익 때문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점선면과의 통화에서 “당의 집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동혁 개인의 집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탄’을 내세웠던 장 대표가 이제 와서 중도 지향으로 노선을 변경한다고 해도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찬탄파’들과 경쟁이 안 되니까 본인은 지지기반인 강성지지층이라도 지키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죠. 박 대표는 “당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개인의 지지 기반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일 사과 기자회견을 했던 25명의 의원 중 1명도 점선면과의 통화에서 “장동혁 대표가 영남 지역구 의원도 아니고 지지 기반이 약하다 보니까 장 대표를 좋아하는 강성 지지층이라도 확실하게 남겨 놓는 것이 정치 전략적으로는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당대표로서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지층을 늘려가는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도 지난달 30일 MBN에 나와 “결국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 그리고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유지해서 당권을 강력하게 사수해서 다음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개인적 욕심 욕망 때문에 잘못된 비상계엄을 옹호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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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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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관점들): 국민의힘이 ‘빌리 브란트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는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해 겨울비가 내리는 궃은 날씨 속에서도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 일은 과거사 사죄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자주 소환되는데요. 지금이야 ‘빌리 브란트의 무릎꿇기’가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지만, 당시 서독 내 여론은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 기독민주당(CDU) 등 보수층은 “나치 시대 범죄를 지금 책임질 필요가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그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은 1972년 총선에서 크게 이기면서 제1당이 됐습니다. ‘무릎 사죄’가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선거 승리로 이어진 것이죠.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엄 이후 20% 초반 지지율에 갇혀 있습니다. 지난 3일 사과한 초·재선 의원 25인 중 1명인 권영진 의원은 어제(4일) 채널A 인터뷰에서 “지난 봄 헌재에서 대통령에 대해서 파면을 선고했을 때 그때 사실은 국민의힘 전원이 국민들께 무릎 꿇고 반성하고 사죄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국민의힘이 ‘내란의 밤’에서 벗어나려면 장동혁 대표는 ‘빌리 브란트의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요? 박성민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기만 하면 선거를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 대표직을 유지해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겠냐”며 “헛된 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의 이익뿐만 아니라 장동혁 대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정답’은 하나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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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해 겨울비가 내리는 궃은 날씨 속에서도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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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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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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