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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리셋정치]'훈식 형과 현지 누나'가 진짜로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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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지난 2일 드러난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의 이 말은 권력의 여러 측면을 설명해준다. 김 전 비서관은 단순히 50명의 비서관 가운데 한 명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측근 그룹인 '7인회'에 속한 인사다.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나섰을 때 수행실장을 맡았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다. 대통령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참모, 대통령에게 가장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참모 중 한명으로 꼽힌다. 대통령제에서 권력은 자리가 아니라 거리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측근인 그에 대한 주목도가 비서관급을 넘어서는 이유다. 김 전 비서관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그가 '두 실세'를 기정사실화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다. '두 실세'는 대통령실 권력의 이중구조를 상상하게 한다. 청탁자인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운영수석 부대표. 그도 7인회 중 한명이다)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 줘 봐"라고 했다. 거기에 '김현지'는 없다. 그런데 김 전 비서관은 왜 문 의원이 거론하지도 않은 '현지 누나'를 말한 것일까. 권력의 내부 구조에 밝은 그가 '현지 누나'를 거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간에서 "진짜 실세는 김현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서실을 총괄하며 대통령실 인사위원장인 강 실장 말고 직제상 인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김 실장 또한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픈 진실'을 드러낸 문자다.

    '문진석 문자 파문'은 강 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을 우습게 만들었다. 강 실장은 지난 11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인사에 있어 특정 인물이 실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하자 "제가 인사위원장으로서 모든 것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며 "50명의 비서관 중 한 명일 뿐인데 과도하게 공격받고 있다"고 옹호했다. 우상호 수석은 "시중에 떠드는 것 다 모아서 의혹이라며 한 사람의 인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느냐. 실세는 강훈식 비서실장"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답변은 '현지 누나'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훈식이 형, 현지 누나, 중앙대 동문'으로 이어지는 표현은 '패밀리 권력'을 떠올리게 한다. 사적 친분이 공적 업무 관계로 연결되면 시스템은 유명무실해진다. 대신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실은 '성남·경기 라인'과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권력 핵심을 장악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 된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순수 민간협회장이다. 이런 자리에까지 대통령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름도 밝히지 않았고, 공식 징계도 아니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브레이크가 없다. 속성이 그렇다. '훈식이 형, 현지 누나'는 대통령실 또한 건강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강력한 신호다. 뒤늦게 대통령실이 김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법적 레드팀이자 국민에게 공약한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해야 빨간불이 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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