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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엄마, 미끄러우니까 뛰지마"…서울 첫눈에 출근길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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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내린 눈 녹지 않아 곳곳 빙판

    "벌써 두 번 넘어져…제설 작업 미흡해"

    대중교통 혼잡…만원 지하철 연달아 보내고도 지각 속출"

    [이데일리 김윤정 김현재 방보경 염정인 기자] “이런 날은 조심조심 걸어야죠. 지하철에선 괜찮았는데 역 밖으로 나오니 무섭네요.”

    서울 용산역 건너 횡단보도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김용영(80)씨는 발밑을 유심히 살피며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전주에 사는 딸 집을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는 그는 “딸이 전화로 ‘늦어도 되니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절대 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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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용산역 인근 눈이 녹은 도로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염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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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에 내린 첫눈이 주는 설렘도 잠시, 5일 오전 눈이 녹아 만들어진 빙판길은 시민들에게 긴장감을 줬다. 5㎝ 안팎의 많은 눈이 내리면서 위험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도 곳곳에 생긴 빙판길을 피해 돌아가거나, 휴대전화 사용을 멈추고 주머니에 넣은 채 조심스레 걸었다. 이날 오전 7시 15분 영등포시장역에서는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보다가 젖은 바닥에 미끄러져 계단 아래로 주저앉자 주변에서 ‘헉’ 하는 놀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당산역에서 만난 직장인 나모(32)씨는 “오늘 구두를 신고 나왔는데 오는 길에만 두 번 넘어졌다”며 “회사 지각은 이미 확정이고,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김태한(31)씨도 “아침에 제설이 제대로 안 된 탓에 길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며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새벽 6시에 나왔는데도 경부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8시 20분에야 회사에 도착했다”고 했다. 직장인 구효림(27)씨는 “출근길 내내 빙판길에 미끄러질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왜 이렇게 제설 작업이 안 돼 있는지 모르겠다. 평년보다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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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용산역 인근 눈이 쌓인 모습. (사진=염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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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러운 도로를 우려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버스보다 지하철을 택한 시민이 늘면서 주요 역사 곳곳이 혼잡해졌다. 오전 7시 30분 신대방삼거리역 승강장에는 게이트 한 곳당 7~8명씩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만원 열차 탓에 한 번에 타지 못해 1~2대씩 열차를 보내고서야 승차하는 승객도 많았다. 교대역에서 교통안전 도우미로 근무하는 60대 남성 B씨는 “오늘은 평소보다 승객이 20~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선릉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원모(39)씨는 “너무 추워서 평소에는 차로 출퇴근하는데, 어제 눈이 워낙 많이 내려 차를 회사 근처에 두고 지하철로 귀가했다”며 “오늘 퇴근길에 차를 가져와야 하는데 금요일인데다 눈도 많이 쌓여 있어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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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서울 지하철 증편으로 지하철이 줄지어 오는 모습. (사진=김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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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지각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29)씨는 “집이 언덕배기에 있어 아침에 마을버스도 택시도 제대로 올라오지 못했다”며 “종종걸음으로 걸어 언덕을 내려와 겨우 큰길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까지 보통은 30분이면 도착하는데 오늘은 1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전날 퇴근길 혼란을 겪은 뒤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 시민들도 있었다. 강동구에 사는 조모(33)씨는 “어제는 차로 집에 가는 데 4시간이 걸렸다”며 “오늘도 어떻게 될지 몰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왔는데 그래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거주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회사 위치가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려운 곳이라 어쩔 수 없이 3시간 정도만 자고 다시 차를 끌고 나왔다”며 “평소에는 1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7시간이나 걸려 집에 도착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출근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운행을 20회 증편하고, 버스 출근길 집중 배차 시간도 30분 연장했다. 시내 간선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는 밤새 제설제가 살포됐고, 보도·이면도로 등 취약 구간에 대한 추가 제설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통제됐던 내부순환로·강변북로·북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 역시 밤사이 순차적으로 통제가 해제돼 재개통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주요 지역 적설량은 경기 하남시 덕풍동 5.3㎝, 서울 도봉구와 경기 구리시 4.7㎝, 경기 포천 4.6㎝, 서울 강동 4.2㎝ 등으로,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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