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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의류 수거 플랫폼 '리핏'에서 신소재 '슬로우넬'까지...자원 순환경제를 혁신한 오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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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분광 기술로 폐의류를 정확히 분류, 재활용

    - 버려진 옷을 고기능 신소재로 재활용

    -"글로벌 순환경제의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

    "한국에만 버려지는 폐의류가 연간 10만 톤입니다. 폐의류가 미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매년 10만 톤의 의류가 버려지고 있다. 그 중 재활용되는 것은 불과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매립지와 소각장으로 향한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패션 시장 규모는 2025년 867억 7천만 달러에서 2033년까지 1,642억 1,1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패션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의류 소비 주기까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속도가 빨라질수록 폐의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자원의 낭비를 의미한다. 버려지는 의류 속에는 여전히 쓸 수 있는 원자재와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옷을 자산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단순하지만 절박한 질문에서 오슬로가 시작됐다. 오슬로는 폐의류를 두 가지 경로로 재생시킨다. 입을 수 있는 상태의 옷들은 다시 입을 수 있는 의류로 복원하고, 그렇지 못한 옷들은 고기능 신소재로 변환한다. 의류 수거 플랫폼 '리핏(RE:FIT)'에서 출발해 폐섬유를 건축자재로 재탄생시키는 '슬로우넬(Slow-nel)'까지, 오슬로는 자원 순환의 완전한 고리를 완성했다. 월 2,000만원의 매출에서 80%의 수익률를 기록하며, 6개월 만의 손익분기점 달성한 오슬로는 순환경제가 더 이상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수익 비즈니스임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고 해서 수익성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익성이 높습니다. 폐의류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오슬로는 2024년 SK텔레콤이 운영하는 'ESG KOREA'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ESG 협력 생태계에 진입했다. 수원대학교와는 섬유 기술과 신소재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대학(UCT)과는 섬유 컴파운딩 및 펠렛타이징 기술 연구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태국, 케냐 등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과 MOU를 체결했다. 2026년에는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다.

    오슬로의 전주한 대표를 만나 의류 수거 플랫폼 '리핏'과 신소재 '슬로우넬', 그리고 오슬로가 꿈꾸는 자원순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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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의 두 번째 여정의 시작

    “버리자니 아깝고, 팔자니 너무 귀찮습니다”

    대부분의 의류 소비자가 옷을 버리려 할 때 문제가 있다. 첫째, 어디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의류 수거 시스템이 분산되어 있고 각 기관마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공식적인 정보도 부족하고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둘째, 실제 수거 과정이 번거롭다. 옷을 모아두고 수거 장소를 찾아가거나 배송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든다. 셋째, 환경 의식과 무기력함 사이의 괴리다. 소비자들은 옷이 매립지에서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명확한 방법이 없다. 결국 미안함 속에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넷째,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다. 폐기물로 취급되는 옷에 대해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처분 과정에서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순환에 참여하는 것이 직접적인 이득이 되지 않으면 동기부여는 불가능하다.

    오슬로의 '리핏'은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복잡한 수거 절차 대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열고 신청하면 끝이다. 정해진 시간에 수거 차량이 수거해 가거나 소비자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수거할 수 있다. 수거 절차가 끝나면 즉시 현금으로 보상받는다.

    수거된 옷들은 오슬로의 선별 센터에서 세밀하게 분류한다. 리세일이 가능한 옷들은 먼저 상태에 맞는 수준의 크리닝을 거친다. 깨끗이 세척된 후 사이즈, 색상, 계절에 맞춰 다시 분류되고,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이 책정되어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한편 상태는 좋지만 원형 보존이 어려운 옷이나 완전히 낡아버린 옷들은 다른 경로로 향한다. 이들은 섬유 원료로 재활용되어 고기능 신소재 '슬로우넬'로 변환되고,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가구 등 산업 현장에서 재사용된다.

    리핏은 현재까지 412,000kg의 의류를 수거했다. 이는 1,540,000벌의 의류에 해당한다. 탄소 저감 효과로 따지면 410,000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와 같다. 213,000kg의 탄소 배출을 막았다.
    리세일 의류와 신소재로 재탄생

    수거한 의류의 분류는 고도의 기술로 시작된다. 오슬로는 '근적외선 섬유 분광법(NIR)'을 통해 옷의 섬유 성분을 빛으로 분석한다. 기존에는 숙련된 전문가가 눈과 손으로 섬유를 판정했었다. 분광 분석기를 의류 위에 대기만 해도 천연섬유인지 화학섬유인지, 그리고 어떤 비율로 혼합되었는지가 정확하게 파악된다. 동시에 'AI 기반 오염·손상 분류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의류의 오염 정도와 손상 수준을 세밀하게 판정한다. 때묻은 자국, 찢어진 정도, 변색 수준까지 모두 인식한다. 이를 통해 각 의류가 리세일로 나갈지, 섬유 원료로 변환될지가 결정된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단순한 분류 기준을 넘어선다. 오슬로는 지금까지 수거한 폐의류에서 260,000개 이상의 정제된 데이터셋을 확보했고, 2024년 AI 혁신 데이터바우처 기업으로도 선정되었다. 이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모델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분류의 속도도 빨라진다. 그리고 정확한 분류는 결국 더 나은 품질의 슬로우넬을 만들고, 더 많은 리세일 가능 의류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260,000개의 데이터셋을 학습시킨 AI 모델로 각 옷의 섬유 조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동시에 오염과 손상 정도를 파악합니다. 보통 이런 작업은 사람이 눈으로만 하는데, 그럴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분류가 끝난 폐섬유는 본격적인 변신 과정에 들어간다. 먼저 섬유 파쇄 단계다. 분류된 섬유들을 일정한 크기로 균일하게 잘라 표준화한다. 그 다음 섬유를 배합한다. 같은 성분끼리 혼합해서 원료의 품질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고온 압축 단계다. 250톤의 수압식 프레스 머신이 작동하면서 섬유를 녹여 폐의류를 슬로우넬이라는 신소재로 재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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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넬은 폐의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원재료 채취 과정에서 거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기존 소재 대비 최대 35%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흡음률은 72% 이상으로 실내 소음 저감에 탁월하며, 방염 성능은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 방수 처리로 습기와 곰팡이에 강하고, 자외선과 온도 변화에도 변색이 적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충격흡수력도 우수해 바닥재나 벽면재로 사용할 때 손상에 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목재는 재활용이 어렵고, 플라스틱도 반복 재활용 시 물성이 저하된다. 슬로우넬은 끝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진정한 순환 소재다.

    이 모든 우수성은 현장에서 이미 검증되었다. 지난해 11월 D사와 함께한 'SAVE THE HERO' 팝업에서 슬로우넬을 시범 적용한 결과, 친환경 흡음재로서 ESG 인증 요건을 충족했다. 마모와 스크래치에 강한 내구성도 입증되었고, 화학 접착제가 필요 없어 순수한 친환경 시공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인체에 무해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슬로우넬은 단순한 소재가 아닙니다. 버려진 것을 새로운 가치로 환원하는 기술의 결정체예요.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면 매립지에서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섬유가 이제는 건축자재가 되고, 자동차 부품이 되고, 가구가 됩니다."

    오슬로는 경기도에 250톤급 수압식 프레스 머신, 섬유 파쇄기, 섬유 혼합 분리통합기, 분할기, 니아가라 비터, 수분 측정기, 좌측 성형기, 섬유 스캐너 등이 있는 R&D 공장을 갖췄다. 이를 통해 월 1,500개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월 7.5톤의 폐섬유를 재활용하는 규모다.
    글로벌 순환경제의 리더로

    오슬로는 'From Waste to Worth'로,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 'From Material to Movement'로, 단순히 좋은 소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순환'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From Local to Global'로, 한국의 강원경기 지역에서 시작한 순환경제 모델을 아프리카, 태국 등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오슬로가 글로벌 순환경제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문화 운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그것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낭비에서 가치로, 소재에서 문화로, 지역에서 전 지구로. 오슬로의 미션은 순환경제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슬로는 폐의류에서 기회를 찾았다. 그 선택이 지금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순환경제의 미래는 더 이상 먼 내일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오슬로에서,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기업들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조광현 스타트업 전문 기자 hyun@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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