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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특정인의 동영상을 보지 않게 되었다. 한때는 잘 나가던 방송인이었지만, 그가 하는 동영상을 보면 온통 제목은 뻥튀기가 심하고 듣다 보면 분노 게이지가 치솟는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하는 동영상 외에는 거의 보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을 발간하는 옥스퍼드대 랭귀지사업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것이 있다. ‘분노 미끼(rage bait)’라는 말이다. 필자도 전문용어(?)로 “야마를 잘 잡아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자신이 쓴 글이 많이 읽히기 위해서는 제목을 잘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과거에 쓴 칼럼 중에 <꼰대와 틀딱충>이라는 제목으로 쓴 것이 있는데 제목 때문인지 조회수가 엄청나게 나온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조회수가 돈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지 과장된 제목을 많이 쓴다.
‘000 큰일났다’, ‘미쳤다. 000’, ‘김정0 숨진 것이 확실’, ‘노x 폭망’, ‘미국에서 난리 난 00’, 등등 엄청나게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 혹시나 하고 들어가 보면 역시나 별 의미 없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면서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 누가 죽었다고 해서 궁금해서 들어가 보면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화가 나서 다시는 안 본다’고 하면서도 또 미끼에 걸려 들어가 보고, 또 실망하기를 거듭한다. 그러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죽하면 <옥스퍼드>에서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라는 말을 선정했을까 공감이 간다.
‘분노미끼’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제목을 과대 포장하고 읽은(혹은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에게 분노나 짜증을 유발하게 하는 콘텐츠를 이르는 말이다. 이른바 미끼(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시 끝에 꿰어 매는 물고기의 먹이)에 걸렸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낚였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아직 우리말 규범 표기는 없다. 우리말로 하면 ‘낚였다’나 ‘뻥이요’가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웃자고 하는 말이고, 정말로 이에 해당하는 용어를 만들어야 한다. 옥스퍼드에서 인용한 ‘분노 미끼’라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말로 분노(憤怒)란 ‘분개하여 크게 화를 냄’이니 미끼에 걸려서 분노하는 것을 표현함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한자식 용어보다는 재치 있게 ‘낚였다’라고 하지만 이것은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뻥’이라고 할 때도 ‘허풍이나 거짓말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속된 말이라 언중들에게 권장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허풍이 심한 사람에게 흔히 말하기를 “너 뻥 좀 그만 쳐.”라고 한다. 이럴 때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가능한 표현이지만, 역시 학술적인 용어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므로 ‘분노 미끼’라는 용어를 그대로 활용해도 가능하다고 본다.
생각해 보면 분노하는 것의 이유가 본인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필자가 한때 즐겨 보았던 동영상들이 거의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다시 말하면 극단적인 우파나 극단적인 좌파의 성향은 비슷하다. 그래서 한 정치 분야의 동영상을 시청하면 알고리즘이란 것이 뭔지 몰라도 그와 비슷한 동영상들이 계속 떠오른다. 그러면 또 비슷한 내용들을 연결해서 보게 되고 거기서 논점이 어긋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분노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노 미끼’라고 하여 제작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청한 본인에게 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안 보면 그만인데, 비슷한 종류를 계속 보면서 화를 내고, 안 보면 그만인데, 미끼에 낚여서 보는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분노 미끼에 걸린 것에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그러한 콘텐츠를 보게 된 자신을 먼저 반성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만든 사람은 미끼를 던져서 걸려야 돈이 되고 유명세를 탄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나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보면 된다.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글을 읽기 전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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