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는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미래 키워드로 ‘도전’ 제시
5일 경기 용인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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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완성되면 자동차, 자동차가 완성되면 비행기를 만들겠습니다.”
”
1952년 5월, 기아를 창업한 고(故) 김철호 사장은 간부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아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첫 국산 자전거 ‘3000리호’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였다.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지금, 기아는 승용·상용차는 물론 전기차와 PBV(목적 기반 차량)까지 만드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됐다.
기아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31년 만에 역사서인 ‘기아 80년’ 사사(社史)도 공개했다. 1944년 경성정공을 세운 이래 최초의 국산 자전거부터 삼륜차와 승용차를 만든 기록, 1960·1997년 두 차례 부도 등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비화들이 담겼다.
기아가 만들었던 우리나라 첫 삼륜차 ‘K-360’. /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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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 자전거에서 전기차까지
기아는 자전거 부품 회사 ‘경성정공’으로 출발했다. 1952년에는 최초의 국산 자전거 ‘3000리호’를 생산했다. 자전거 국산화의 마지막 허들이라는 림(rim·바퀴 가장자리 뼈대) 제작에 성공하면서다. ‘기아산업’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때다.
물론 1960년과 1997년 두 차례 부도, 1980년대 자동차 산업 통폐합 조치로 승용차 사업을 강제 철수하는 등 부침도 많았지만, 기아는 그때마다 기업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어왔다.
기아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만든 첫 국산 자전거 3000리호 로고. /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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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자전거 사업이 적자를 내면서 첫 부도를 맞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륜차·삼륜차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신제품 개발에 계속 속도를 냈다. 1962년 첫 국산 오토바이 ‘C-100’을 시작으로 첫 국산 삼륜차 ‘기아마스타 K-360’ 등을 연이어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도로가 좁고 연료 사정이 열악해, 이륜차·삼륜차가 물류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 소하리 공장 모습. '오토랜드(AutoLand) 광명'의 전신이다. /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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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는 국내 첫 종합 자동차 공장인 소하리 공장을 준공했고, 이곳에서 이듬해 첫 승용차 ‘브리사 S-100’을 생산했다. 승용차 사업을 접어야 했던 1980년대에는 ‘소상공인의 발’이라고 불리는 봉고가 출시 3년 만에 10만대를 판매하며 봉고 신화를 일으켰다. 이어 1987년 수출 전략형 소형차 ‘프라이드’, 1992년 ‘세피아’, 1993년 ‘스포티지’ 등을 내놓았다.
이런 차량들은 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추억이 됐다. 소상공인들의 봉고, 중산층의 선풍적인 인기를 끈 K5 등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물론 1997년 IMF 위기에 회사가 크게 휘청이기도 했지만, 이듬해 옛 현대그룹이 기아차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는 카렌스·카니발 등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K 시리즈를 출시해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당시 회장이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준공식 행사를 앞두고, 공장 조립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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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정의선 회장까지 잇따라 전면에 나서며 전기차인 EV 시리즈로 캐즘을 돌파해 나간 데 이어, PBV 차종인 PV5까지 내놓으며 ‘봉고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스마트 글라스 탑재한 ‘미래 콘셉트카’
창립 80년을 넘기는 기아는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기아는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최초로 공개했다. AR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게 큰 특징 중 하나다. 운전자가 별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해 가상의 그래픽이 실제 도로에 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공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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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HUD를 활용한 3가지 디지털 주행 모드도 탑재됐다. 각 주행 모드에서는 AR HUD와 스마트 글라스를 바탕으로 동적인 조명과 생동감 있는 사운드, 주변 환경을 이용한 가상 레이싱 등 다양한 요소를 제공한다.
콘셉트카 소개에 나선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차량 내부는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라며 “운전석은 몰입형 레이싱을, 탑승자 공간은 차분한 좌석을 연상한다”고 말했다.
5일 공개된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 내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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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아가 나아갈 길에 대해 “과거에 많은 굴곡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이라며 “기아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고 볼 수 있다. 원초적으로 강한 개성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테슬라가 FSD(Full Self-Driving)를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정 회장은 “저희가 좀 늦은 편이 있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서 안전 쪽에 더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용인=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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