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재판매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은 헌법상 보장된 사적 자치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미 구매한 티켓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의 권리에 속한다. 부정판매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면 과잉금지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구성요건의 불명확성도 문제다. 부정구매의 요건으로 제시된 '재판매 목적'은 입증이 쉽지 않고, ‘구입가격을 넘는 금액’ 기준 역시 거래 비용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합법적 2차 거래까지 불법으로 포섭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모호성은 규제 실효성과 법 준수의 예측 가능성을 모두 떨어뜨릴 수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은 재판매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시장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며, 실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위험 행위만 선별적으로 규제한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BOTS Act’로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매집만 집중적으로 처벌한다. 영국은 ‘소비자권리법(CRA 2015)’을 통해 티켓의 액면가, 좌석 정보, 판매자 신원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한다. 즉, 해외는 불법 억제와 합법 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정책 목표가 위험 통제와 시장 안정에 균형 있게 맞춰져 있다.
반면, 국내 논의는 처벌 강화에 치중되며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가 이상의 모든 거래를 일률적으로 불법화하면 거래는 SNS, 해외 메신저 등 비공식 경로로 이동해 통제의 사각지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전장치 없는 환경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사기 위험이 커지고 소비자 피해 확대가 확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까지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따라서 규제 강화가 아니라 규제가 필요한 영역과 제도권 내에서 육성해야 할 영역을 더욱 정교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 합리적, 투명성이 강화된 티켓 재판매 행위와 불법적, 비합리적, 비투명성의 특징을 가진 부정판매 행위를 이원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해외 주요국처럼 위험행위 중심의 규율과 소비자 보호 체계가 결합된 구조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티켓 재판매 규제의 목표는 단순 처벌 강화가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공연·스포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불공정 행위는 엄격히 규제하되 합법적이고 투명한 거래는 제도권 안에서 관리, 육성하는 이원적 접근이 시장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함께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합법적 거래가 안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기준을 세밀하게 구축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현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총무이사/단국대 법학과 초빙교수 |
정현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총무이사/단국대 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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