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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유포는 순식간, 피해는 오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신속한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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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얼굴이 성적으로 가공된 사진에 합성되거나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극심한 당혹감과 충격, 패닉 상태에 빠지기 쉽다. 누가 알면 어떡하나, 사진이나 영상이 퍼졌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나 하는 두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다.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이 어려운 취약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심리적·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 영상물 등이 퍼진다는 특성상 유포 초기에 삭제해야 피해 확산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사건 초기 빠른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온라인 플랫폼이나 웹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청하기에는 심리적·기술적 부담이 크다. 이 과정에서 피해 회복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적절한 피해자 지원이 적시에, 체계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플랫] n번방 리와인드, 디지털 성범죄를 되감다

    경향신문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 등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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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는 피해자가 경찰서에 피해를 신고한 뒤 민간 삭제지원기관이나 상담기관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직접 따로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원스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적 기관이 늘고 있다. 서울시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후 2021년 9월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공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2022년 3월부터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정식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피해자가 전화·게시판·오픈채팅 등을 통해 피해를 접수하면 상황에 맞춘 맞춤 지원을 제공한다.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의 고소장 작성부터 채증, 법정 동행까지 전 과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한 무료 법률지원도 가능하다. 심리 상담, 의료 지원,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역시 한곳에서 받을 수 있다.

    센터는 또 피해자가 직접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불법촬영물 유포 확인부터 삭제 요청, 유통 경로 추적, 반복 유포 모니터링까지 전문 인력이 전담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자동 삭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피해자는 삭제·모니터링 과정의 부담을 덜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저연령화되면서 ‘어린 피해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센터에 접수된 딥페이크 피해자 중 10대가 36.6%, 20대가 32.6%였다. 지난해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중앙지검, 서울지방경찰청은 딥페이크 긴급 대응 업무협약을 맺었다.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학교 안에서 발생하거나 교사가 인지했을 경우 곧바로 센터로 연계해 피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플랫] 1만명 넘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딥페이크’ 피해 99.6%는 여성

    [플랫] 아동·청소년 성범죄 4건 중 1건은 ‘디지털 성범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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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 상담은 전화, 온라인 게시판,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통해 가능하다. 전화(02-815-0382)와 온라인 게시판(8150382.or.kr), 카카오톡 오픈채팅 (‘디지털성범죄SOS상담’)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민뿐 아니라 서울에 실거주하는 시민, 서울 소재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시민, 서울에서 발생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서울시 소재 경찰서·검찰·법원 등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시민, 서울시 거주 이주배경주민 및 외국인은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충격과 2차 피해 위험을 고려하면 가해자 처벌만큼 피해자 지원이 중요하다”며 “기술 변화에 따라 발전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피해자 중심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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