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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을 별도의 법으로 규정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약사법 등 기존 법체계 속에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규제 틀이 통합·정비되면서 산업의 법적 정체성과 정책 방향성이 한층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국 CDMO 산업이 글로벌 수주 중심의 수출 산업으로 도약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수출제조업 등록제 도입,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 인증의 법제화, 세포은행·벡터 등 원료 물질 인증제도 신설, 기술자문 제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CDMO 기업들은 해외 고객사 실사에 대응하면서도 국내에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기업별로 해석과 절차가 달랐고, 통관 과정에서도 국가별 기준 차이로 대응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해외 수주에 필수적인 규제 신뢰 기반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CDMO의 산업적 위상은 팬데믹 이후 특히 부각됐다. 대규모 백신 생산 경험을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바이오 생산 허브로 떠올랐지만, 규제 체계는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합적인 규제 기반 부재는 특히 중소형 CDMO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제조허가·수출 기준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적용되거나 절차가 중복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입법을 계기로 개별 기업이 사안별로 대응하던 구조에서 '국가 기준에 따른 생산'이라는 신뢰 프레임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역시 특별법 통과의 수혜권에 포함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이미 해외 규제기관 GMP 실사 경험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인증·등록 절차의 일관성 확보는 장기 수주 계약 경쟁에서 추가적인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 CDMO 사업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도 글로벌 생산기지 경쟁에서 제도적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송도를 중심으로 구축된 바이오 생산 클러스터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대감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많은 기업이 자체 표준작업지침(SOP)을 기반으로 공정 체계를 구축해 온 만큼, 새 기준과 현행 운영 기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서 조정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법령이 기존 공정과 일부 상충할 경우 제조시설 검증을 다시 수행해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행정비용 절감 효과와 동시에 추가 비용 리스크가 공존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규제 정합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령 단계부터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력난과 자금 조달 문제도 대표적인 숙제로 꼽힌다. 규제 기반이 정비됐다고 해서 곧바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공정 운용 경험과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CDMO 산업 특성상 세제·금융 인센티브, 전문 인력 양성 체계, R&D 기반 공정 혁신 지원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경쟁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국·인도·일본은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CDMO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중복 규제로 인한 행정비용을 줄이고 CDMO 산업 특성을 반영한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수출 중심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규제 여건을 갖추게 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글로벌 CDMO 시장 규모가 2029년 438억5000만달러(약 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14.3% 성장해 같은 기간 6.2% 성장이 예상되는 전체 의약품 시장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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