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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80년대생 오너 3세가 바이오 이끈다…'미래 전략·신사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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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전통 제약사를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오너 3세 경영이 바이오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신약개발과 대형 수주 등 중장기 사업 전략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주요 그룹들이 미래사업 지휘권을 3세에게 넘기며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전날 2026년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부사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전략본부는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 기구로 미래 전략을 책임지는 부서다.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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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생인 최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 전공,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 등 바이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2023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으며 글로벌 파트너링과 신약 후보군 검토, 기술도입 등 회사의 미래 성장과 직결된 업무를 맡아왔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전략본부장에 선임되면서 중장기 사업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핵심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매출의 대부분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에 집중돼 있어 세컨 프로덕트 확보와 신사업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회사는 연내 세컨 프로덕트 확보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업계는 이 시점에 SK바이오팜 전략본부를 최 부사장에게 맡긴 것은 단순한 승계 준비를 넘어 글로벌 사업과 기술 기반 신사업을 책임지는 실질적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지난해 8월 SK바이오팜이 주최한 방사성의약품(RPT) 사업 관련 IR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2027년까지 글로벌 RPT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특히 회사가 확보한 전임상 물질과 동위원소 공급망 등을 언급하며 SK바이오팜이 RPT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최 부사장이 첫 IR 데뷔 무대에서 기술 동향과 시장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전문성을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그룹 또한 최근 인사에서 1986년생의 오너3세 신유열 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하며 그룹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신 대표는 제임스박 대표이사와 각자대표 체제로 바이오 사업 전반을 이끌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후발주자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타 기업 대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업 생산 단계의 수주 계약은 전무하다.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송도 캠퍼스 1공장 완공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는 것이 사업의 성패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 대표는 2020년부터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하며 일본 롯데 영업본부장, 롯데홀딩스 기획부장,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임원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23년 이후 롯데파이낸셜 대표, 롯데홀딩스 전략실장, 2024년엔 롯데그룹 내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선임되며 그룹 내 전략·미래사업 실무를 맡아왔다.

    금융, 화학, 투자, 그룹 전략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투자·전략 기획 역량을 쌓아온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CDMO 시장 대응, 사업 다각화를 이끌 만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송도 대규모 바이오 캠퍼스 구축을 통해 글로벌 CDMO 수주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신 대표 선임을 계기로 사업의 실행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차바이오그룹 역시 오너 3세의 경영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룹은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장남인 차원태 부회장을 차바이오텍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하며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CSO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의료·헬스케어 사업 방향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이다.

    1980년생인 차 부회장은 미국 듀크대 생물해부학과 졸업, 예일대 공공보건학 석사, MIT 경영학 석사(MBA), 연세대 보건학 박사 등 의학·보건·경영을 아우르는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국 LA 할리우드차병원에서 COO·CSO를 거쳐 2023년에는 차헬스시스템즈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의료경영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국내에선 차의과학대학교 총장을 맡아 글로벌 의료·교육·연구 통합 전략을 추진해왔다.

    차바이오그룹은 최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생산시설 구축, 글로벌 CDMO 사업 확대, 헬스케어 플랫폼 고도화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구조 변화와 투자 국면에서 차 부회장을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전면 배치한 것은 미래사업 전략을 주도할 3세 경영 체제를 공식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SK바이오팜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차바이오그룹 모두 1980년대생 3세가 핵심 보직에 올랐다는 점이다. 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세대로 경영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은 기술 변화와 글로벌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의사결정 구조도 그에 맞춰 바뀌고 있다"며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인 동시에 글로벌 감각을 지닌 전문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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