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데이터로 쌓아 올리는 식량 안보
사진 =최유철 법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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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예고 없이 쏟아진 폭우와 뒤이어 찾아온 폭염은 우리 농촌에 큰 피해를 남겼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옛말은 이제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는 말이 되었다. 기후 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농업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시스템이다.
기존의 기상 예보가 ‘내일 비가 올 확률’을 알려주는 수준이었다면, AI 농업 예측 시스템은 ‘내일 비로 인해 병해충이 발생할 확률’까지 계산한다. AI는 과거 수십 년간의 기상 데이터와 작물 생육 정보를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특정 기온과 습도 조건에서 어떤 병해가 창궐할지를 미리 예측한다. 폭염이나 가뭄 같은 이상 기후가 닥치기 전에 농부의 스마트폰으로 경고 알림을 보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제시한다.
이러한 ‘스마트한 예지력’은 농업 리스크를 크게 줄인다. 가뭄이 예상되면 AI와 연동된 관수 시스템이 토양 수분을 미리 조절하고, 병해충 징후가 확인되면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방제 드론을 투입할 수 있다. 사후 대응이 아닌 예방 중심의 농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농가 경영의 안정뿐 아니라 기후 위기로 변동성이 커진 농산물 가격을 완화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AI의 예측력은 양질의 데이터에서 나오지만, 국내 농업 데이터는 아직 분산되어 있고 기후 변화 속도가 빨라 과거 데이터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측 모델이 급변하는 기후 패턴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고도화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이제 AI 예측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농업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에 저수지와 댐을 건설해 가뭄에 대비했던 것처럼, 21세기 농업은 ‘데이터 댐’과 ‘AI 관제탑’을 구축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국가적 차원의 SOC(사회간접자본)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으며, 농업 현장에서도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예측 가능한 농업만이 우리의 식탁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 AI는 기후 위기라는 거센 변화 속에서 우리 농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파제가 되고 있다.
글: 최유철 법무사(한국농업경영인회 의성군연합회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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