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4일 저녁 시민들이 눈발을 헤치며 서울 세종로 사거리 일대를 지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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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눈은 ‘설렘’ 대신 ‘당혹’을 안겼다. 분위기 있는 진눈깨비 대신 집중호우처럼 내린 폭설이 도심을 뒤덮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시간당 최고 5cm에 달하는 많은 눈이 내렸다. 퇴근 시간대 갑자기 쏟아진 많은 눈에 서울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정체와 사고가 잇따랐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중부 지방과 경북·전북 내륙에 5~6㎝의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예보 범위 안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눈이 몰아치면서 시민들은 기습 폭설을 체감했다.
기습 폭설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폭설은 북서쪽에서 한꺼번에 밀려온 찬 공기가 기존에 있던 따뜻한 수증기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여름철 집중호우 때 나타나는 좁고 긴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눈이 쏟아졌다.
평년보다 수온이 높은 서해상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꾸준히 공급되는데, 이때 북서쪽에서 강한 찬 공기가 한꺼번에 내려오면 두 공기가 부딪히며 눈구름대가 급격히 발달한다. 이렇게 형성된 눈구름대는 폭이 좁고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많은 눈을 뿌리는 특징이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서해 수온이 평년보다 약 1도 가량 높아 따뜻한 수증기 공급이 많은 상황”이라며 “12월까지는 찬 공기 유입 여부에 따라 이번과 같은 ‘기습 폭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9∼2019년 10년간 서울에서 첫눈이 쌓일 정도로 내린 것은 2016년과 2018년 단 2번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모두 폭설 형태로 첫눈이 찾아왔다. 기상청은 눈의 종류나 적설량과 관계없이 각 지역 기상관측소의 직원이 육안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관찰하면 ‘첫눈’이라고 기록하는데, 보통은 진눈깨비 형태로 내려 쌓이지 않고 금방 녹는 경우가 많았다.
요란한 초겨울 첫눈에는 기후 변화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기후 변화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서해를 비롯한 동해·남해 등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기후 변화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초겨울 강설은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수도권에 내린 25㎝ 안팎의 ‘첫눈 폭설’도 높아진 해수면 온도로 인해 한반도에 머물던 따뜻한 공기가 북쪽 내려온 찬 공기와 충돌한 결과였다.
한편 추위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누그러져, 토요일인 6일부터는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도에서 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4도에서 14도가 되겠다. 일요일인 7일은 기온이 더 올라 낮 최고 기온이 16도에 이르겠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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