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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창언 교수 칼럼] ②GDP 너머,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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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G뉴스

    이창언 한양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SDGs 전공 교수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단순히 수치적 성장에만 몰두하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이 전 지구적 '글로벌 복합 위기(global polycrisis)' 앞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음을 고찰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늘날 국제사회는 '행복(happiness)'이라는, 언뜻 보면 매우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행복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나 철학적 사색의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면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하며 국가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가 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

    과거 '행복'은 주로 개인의 주관적인 심리 상태로 여겨지거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담론 영역에 주로 머물렀다. 이러한 행복의 개념은 측정 및 비교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을 다루는 공공 정책의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회과학, 특히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그리고 복지 사회학(Sociology of Welfare) 등 학제 간 연구의 발전은 행복의 개념을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인간의 삶의 질(quality of life)과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심화되면서, 행복을 유의미한 데이터로 전환해 국가 정책에 통합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진 것이다. 이는 인간 중심의 발전을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노력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매년 발행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이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여론 "사를 넘어, 갤럽 월드 폴(Gallup World Poll)과 같은 국제적으로 신뢰성 있는 대규모 설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150여 개국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고 그 영향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행복이 단순히 경제적인 부(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은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소득(income) ▲건강한 기대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삶의 선택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대함(generosity) ▲부패 부재(absence of corruption) 등 여섯 가지 핵심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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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은 소득과 같은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 건강, 개인의 자유, 공동체에 대한 기여, 그리고 투명한 사회와 같은 다양한 비경제적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이는 행복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다면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AI 생성,SDG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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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여섯 가지 핵심 요인 중 '소득'은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때 단순히 '체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생체 및 심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건강 검진표'에 비유할 수 있다. GDP라는 단일한 '체중계'만으로는 한 국가의 총체적인 '건강'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듯이, 국가의 행복 역시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측정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웰빙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실제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라 할지라도 사회적 지지 체계가 미흡하거나 사회 전반에 부패 수준이 높으면 국민들의 주관적 행복감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흥미로운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측정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정책적 통찰을 제공한다. 즉, 단순한 경제적 성장률 제고만으로는 국민들의 행복을 온전히 담보할 수 없으며, 오히려 강력한 공동체적 유대감, 높은 사회적 신뢰(social trust), 타인에 대한 관대함, 그리고 부패가 없는 투명한 거버넌스(governance)와 같은 비경제적 가치들이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에 지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타적인 행동과 사회적 연대가 활발했던 지역 사회에서는 주민들의 행복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됐다는 분석은, 행복이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넘어 공동체적 관계와 사회적 신뢰, 그리고 윤리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정책적 가치임을 명확히 시사한다. 이러한 논의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추구하는 빈곤 종식, 건강 및 교육 증진, 불평등 해소 등 17가지의 포괄적인 목표들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류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결국 '행복'이라는 가치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국가 정책의 중심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발전을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의 축적을 넘어 인간 본연의 존엄성 보장과 삶의 질 향상에 맞추겠다는 시대적 선언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와 공동체가 보듬고 보호해야 할 존재들이 있다. 바로 외부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집단이다.

    ※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까? 다음 회차에서는 이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함께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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