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지층 3분의 2는 "尹 잘못했다"
보수 결집 내세운 윤어게인 전략 '패착'
30% 달하는 중도층 떠나게 하는 자충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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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불법 계엄 사과를 거부하면서까지 강성 노선을 버리지 못하는 데는 보수 결집이 우선이란 판단 때문이다. 장 대표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극우 무당층을 먼저 끌어온 뒤,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접견부터 부정선거 동조 논란을 야기한 "우리가 황교안" 발언, 불법 계엄 옹호까지 일련의 강성 지지층 어필 행보는 이 같은 '극우 무당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란 것이다.
그러나 장 대표가 추정하는 극우 무당층은 전체 인구의 약 4%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여론조사 업계의 견해다. '4%를 잡으려다, 30%에 달하는 중도층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셈이다. 당내에서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장 대표 측이 거론하는 이른바 '극우 무당층'을 명확히 집계 낸 여론조사는 없다. 다만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11월 25~27일 조사·전화조사원 인터뷰) 여론조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직 대통령 개별 공과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을 '잘한 일이 많다'고 평가한 유권자는 12%로 나타났고, '잘못한 일이 많다'는 평가는 77%로 나타났다.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긍정 16%·부정 68%)보다 박한 평가다.
본보가 한국갤럽에 문의한 결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120명(조사자 1,000명 중 12%) 중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82명이다. 120명에서 82명을 뺀 나머지 38명이 윤 전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극우 무당층'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체의 약 4% 정도 되는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 의견은 더 많았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유권자는 24%(241명)인데,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3분의 1인 약 34%(82명)만 윤 전 대통령을 긍정 평가했다. 나머지 3분의 2(159명)는 윤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답변을 피한 셈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여론수석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국민의힘을 외면하는 무당층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윤 전 대통령을 비토하는 규모가 더 크다"며 "(장 대표의 전략은) 보수 내부의 다수 여론을 오히려 무시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보수 결집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을 비토하는 보수의 다수 민심을 외면한 채 엉뚱한 곳에서 표심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장 대표의 극우 무당층을 향한 행보는 30%에 달하는 중도층을 떠나가게 하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충수일 수밖에 없다. 같은 조사에서 자신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사람은 37%(374명)였다.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절반에 가까운 45%인데, 국민의힘 지지자는 15%에 그쳤다. 무당층(31%)보다 낮은 수치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4% 잡자고 나머지 국민에게 외면받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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