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예정대로 실시
애국자들만의 선거 냉소 속 화재 참사 파장
선거 보이콧 주장하는 사람들 연달아 체포
홍콩 타이포구 웡푹 코트 아파트 단지 인근 거리에서 한 남성이 선거 포스터가 걸린 거리를 지나치고 있다. 2025년 11월 27일 촬영./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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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입법회 선거가 오는 7일 예정대로 열린다.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는 두 번째 선거다. 최소 159명이 사망한 아파트 화재 참사 여파 속 적극적 보이콧 운동도 잇따르면서 투표율에 시선이 쏠린다.
홍콩의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회는 총 90석 가운데 20석만 지역구에서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다. 40석은 친중 성향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명하며 나머지 30석은 각 직능단체에서 선출하는 직능대표 의석이다. 원래 간선의원 20석, 직능대표 의원 35석, 직선의원 35석이었으나 2021년 선거제 개편으로 직선 의석이 대폭 축소됐다. 또한 사전심사를 거쳐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입법회에 간선의원과 직능대표 의원 비중이 큰 이유는 영국 식민통치와도 관련돼 있다. 영국 정부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1980년대부터 뒤늦게 간선제, 직능대표제 위주의 명목상의 의회를 설치했다. 영국이 반환을 앞두고 홍콩 민주화를 추진하면서 중·영갈등이 심해졌고, 1997년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조건으로 홍콩을 돌려받은 중국은 반환 직전 100% 직선제로 구성된 홍콩 의회를 해산했다. 간선제와 직능대표제를 부활시킨 입법회 의원 선거가 2000년부터 실시되면서 일국양제 막이 올랐다.
직선의원 비중을 대폭 줄이고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개편한 2021년 선거는 투표율은 30.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지만 중국과 홍콩 당국은 ‘홍콩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에 이번 선거는 ‘홍콩의 정상화’를 입증할 무대였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억압적 통치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지만 외국기업과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홍콩은 중국 주도 국제기구 본거지, 유학 거점, 중국 기업 자금 조달처 등으로 부각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를 홍콩보안법으로 질서를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은 홍콩의 독자적 정체성을 홍콩·마카오·광둥성을 합한 기업특구인 ‘대만구’ 정체성으로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선거 출마자들도 중국과의 연계성이 두드러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입후보자 161명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49명이 중국 본토 기업에서 임원이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입법회 의회 2021년 선거보다 더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면 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의사가 우회적으로나마 드러나게 된다.
홍콩 정부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을 끌어올리려고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투표 시간도 이전보다 2시간 더 늘렸으며 투표 당일 지하철 운행도 연장한다. 정부는 당일 투표한 사람에게 감사 카드와 50홍콩달러(약 1만 원) 상당의 전자 할인권도 배포한다. 다수 대기업이 투표일에 반나절의 유급 휴가를 주겠다고 표명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홍푹 코트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는 선거를 무관심 대신 분노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로 바꿔놓았다. 애국자들만의 입법회 구성 이후 ‘관진민퇴’로 인한 시민사회 위축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홍콩 싱크탱크인 POD연구소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선거제 개편 이후 입법회 의원들의 토론의 질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경유착은 심해지고 정부와 관료를 감시해야 할 구의원이나 입법회 의원들도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야당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분노는 ‘애국자들만의 선거’ 자체를 향하고 있다. 참사 직후부터 곳곳의 선거 독려 포스터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홍콩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지난주 선거 방해 혐의로 29명이 체포됐는데 대부분 입법회 의원 선거 포스터를 훼손한 혐의였다.
투표 보이콧 운동도 잇따라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홍콩 반부패 기구 염정공서는 4일 애국자들만의 선거를 보이콧하거나 무효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 37~62세 남성 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염정공서는 지난 주에도 5명을 투표 보이콧 조장 혐의로 체포해 3명을 기소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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