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무신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정문경 기자 = 국내 패션 시장의 권력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수십 년간 업계를 장악하던 전통 패션 대기업 '빅5'가 소비 침체와 브랜드 노후화로 흔들리는 사이, Z세대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디자이너 브랜드 생태계를 등에 업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무신사의 매출은 업계 4위권, 영업이익은 톱3에 근접한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업계에서는 단순한 불황 탓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 차이가 실적 격차로 드러났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대기업 5개사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은 445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그쳐 43% 급감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4590억원(-0.3%), 영업이익 790억원(-37.8%)으로 뒷걸음질쳤다.
LF 역시 부진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86억원(-17.1%), 161억원(-70%)을 기록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10%가량 감소했다. 본업인 패션 별도 기준 매출은 2310억원으로 5.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79.2%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코오롱FnC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억원으로 99% 가까이 급감했고, 코오롱FnC는 3분기 누적 96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악화를 '해외브랜드 수입 중심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한계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라이선스 확보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며 "명품 소비 열풍이 꺾이고 합리·개성 소비 흐름이 강화되면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면 무신사는 고성장을 이어갔다. 무신사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024억 원, 영업이익은 11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1.8%, 7.3% 증가했다. 패션 비수기임에도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확장 △라이프스타일·뷰티 카테고리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730억원으로 18% 이상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06억 원으로 20.1% 늘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11월 열린 연중 최대 행사 '무진장 2025 블랙프라이데이' 매출도 화제였다. 11일간 온·오프라인을 합산한 거래액은 약 38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팬데믹 이후 소비환경 변화에 맞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생태계를 키우며 시장을 실질적으로 확장했다"며 "대기업의 하향 곡선과 대비되며 패션판 '세대교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적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 흐름이 아니라 패션 헤게모니 자체가 '대기업 → 플랫폼'으로 이동했음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한섬 등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해외 럭셔리·컨템포러리 브랜드 수입과 판권 경쟁에 집중해왔다. 이는 단기 실적 방어에는 유리하지만, 브랜드 충성도나 차별성이 약하고 트렌드 변동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단점이 있다.
실제로 백화점 영패션존에 신규 입점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무신사 기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메스틱 브랜드)들이다.
던스트와 마뗑킴, 스탠드오일, 코드그라피, 아웃스탠딩, 이미스, 커버낫, Mmlg 등은 모두 무신사에서 성장한 뒤 오프라인 유통으로 확장한 브랜드들이다. 이 가운데 마뗑킴·커버낫은 이미 연 매출 1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를 전개하는 쏠리드의 연 매출(약 11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 SPA보다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춰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카테고리"라며 "무신사 입점 국내 브랜드 중 연 거래액 100억 원 돌파 브랜드 수가 2020년 대비 3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심은 무신사의 기업공개(IPO)로 쏠린다. 무신사는 지난 8월 IPO 추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 주관사단 선정을 마치고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패션 시장 내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신사는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일본 등 13개 해외 지역에서 K패션 현지화를 추진 중이며,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상하이'와 편집매장 '무신사 스토어 상하이'를 연이어 오픈할 계획이다.
오 연구원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2022년 론칭 이후 연평균 거래액 성장률이 260%에 달한다"며 "해외에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 만큼, 레거시 패션·유통업체와는 차원이 다른 실적 흐름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