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내란재판부 '수정안' 의결
위헌 심판 제기돼도 재판 중지 막는
'헌재법 개정안'도 심사 본격화
진보 진영서도 "위헌성 제거해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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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각종 위헌 논란에 수정을 거듭하고 별도의 보완 법안까지 불사하며 '누더기 입법'을 자초하고 있다. 민주당의 졸속 추진에 진보진영에서조차 "이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못 이겨 '정치적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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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이 전방위로 불거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5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며 "민주당은 내란청산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완수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연내에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연내 처리 방침을 다시 못 박았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저항에 굴하지 않고 견고한 사법 카르텔을 해체해 사법 주권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법과 '패키지 법안'으로 불리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심의에도 불을 댕겼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1일 발의한 것으로 △내란죄·외환죄 관련 재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정지하지 않고 △헌재가 1개월 내에 심판을 끝내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초 위헌법률심판이 신청되면 재판이 정지되는데, 윤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위헌심판이 제기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계속 재판을 받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장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마저 '신중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사위 법안소위 참가자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 법안에 "사안에 따라 경중이나 난이도가 차이가 있는데 1개월 일률적으로 기한을 정하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역시 "위헌이 될 수 있는 재판을 끝까지 진행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야당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입법을 다른 위헌입법으로 덮는다는 겹겹이 위헌 발상”(나경원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변호사 비밀 유지 권한 확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등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김용민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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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속도전에 착수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도 '누더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의식해 1심 사건의 내란전담재판부 이관을 '강제’가 아닌 ‘재판부 결정'으로 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에도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위헌성 해소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본회의 통과 전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다. 민주당은 지난 9월에도 국회 특위가 종료되더라도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한 증인을 고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회 증언감정법을 통과시키며 본회의 상정 직전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바꾼 바 있다.
이 같은 졸속 부실 입법 우려에 '진보진영'인 조국혁신당조차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를 통과한 현행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변호인단은 만세를 부를 것"이라며 "그대로 시행되면 윤석열이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거나, 내란 재판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혁신당은 "위헌·위법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법이란 입장이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는 "사법제도 개편은 반드시 충분한 논의와 숙의, 공론화를 거쳐야 재판을 받을 국민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독립된 판사에게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제도는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되면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법조계와 민주당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한국여성변호사회 전직 회장 13명은 전날 "내란전담재판부는 재판부의 구성과 재판권 행사에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입장을 냈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오는 8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론화를 강조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방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의원들이 신중한 접근을 요청할 가능성, 속도를 내자는 쪽으로 쏠릴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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