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법원장들 "내란재판부·법왜곡죄 신설, 위헌성 심각"…정면 반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등 사법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전국 법원장들이 5일 한자리에 모여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뜻을 모았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방 독주에 사법부의 대응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중앙일보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장들 “법안 위헌성, 심각한 우려”



    전국 법원장들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6시간 가까이 논의한 끝에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며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천대엽) 주재로 전국 법원장 등 고위 법관이 모이는 회의체다.

    당초 이날 회의는 매년 12월 열리는 정기회의로 인사 제도나 예산 등 일반 사무 행정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의결되는 등 국회를 중심으로 법원과 사법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대법원 관계자)해 민주당 법안을 두고 논의하게 됐다.

    법원장들은 “(내란 혐의)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 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도 밝혔다. 이에 더해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는 결론에도 뜻을 모았다.

    앞서 천대엽 처장은 지난 9월에도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소집해 민주당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전국 법원장들은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3개월 만에 또다시 민주당 법안을 안건으로 삼은 것은 “삼권분립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참석자)는 기조가 법원 전반에 퍼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희대 “그릇된 개편은 국민에 피해 초래”



    조 대법원장도 이날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 내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與 대법관 증원 등도 드라이브…내주엔 전국법관대표회의



    이날 논의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지난 3일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것으로 그간 사법부는 물론 법조계에서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해온 법안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상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101조)과 법관임명권(104조)을 벗어나 ▶제3자가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 ▶특정 법관을 인위적으로 배당하겠다는 것이어서 무작위 배당 원칙도 거스른다.

    또 법왜곡죄는 추상적인 ‘왜곡’이란 개념으로 판·검사를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다수 법조계의 시각이다. 천대엽 처장이 법안 통과 당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두 법안이 통과되면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결국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두 법안 외에도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재판소원 등의 사법개혁을 연내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정청래 대표)거나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안을 내놓는 등 사법부 압박에 사활을 거는 중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지속할 전망이다.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면전에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오는 9~11일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여권이 사법부를 배제한 채 법안 추진을 계속하자, 대법원이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오는 8일 정기회의를 열어 민주당발 사법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안건 중엔 '성급한 법관평가제도 변경 추진에 대한 우려 입장 표명 의안'이 상정됐다. '충분한 연구와 검토, 폭넓은 집단 의견 수렴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