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3회 받은 것처럼 진료비영수증 꾸며
안과 의사와 상담실장이 공모..벌금형 처해져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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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60세 여성 A씨는 고질적인 안구건조증을 치료하기 위해 2019년 2월 경기도 소재 한 안과를 찾았다. 그 동안 돈도 많이 썼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안과 의사 B씨는 리피플로우(Lipiflow) 시술을 권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마이봄샘 기능 활성화 기기를 활용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양쪽 눈을 받는 데 40만~60만원 정도였다. 이를 듣고 고민하던 A씨에게 상담실장 C씨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쪼개 드릴게요, 영수증”
C씨는 최대한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영수증 쪼개기’다. 실제론 한 차례 시술을 받는 것이지만, 2~3차례 받은 것으로 진료비영수증을 꾸며줄 테니 이를 보험사에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실제 해당 안과는 60만원을 받았지만 첫 방문 때 마치 한쪽 눈만 시술한 것처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을 조작해 금액란에 25만원을 기재했다. 이후 한달 정도 기간을 두고 다른 쪽 눈에 시술을 한 것처럼 꾸며 또 26만원짜리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실손보험으로는 1회 통원(외래) 치료 시 그 비용을 10만~30만원으로 제한해 보장한다는 규정을 회피해 돈을 나눠 타내기 위한 수법이었다. 이렇게 수차례 쪼갠 영수증으로 A씨는 보험사로부터 총 147만원가량을 얻어냈다.
A씨 같은 환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총 67명이 유사한 방법을 악용해 350회 이상에 걸쳐 7500만원 가까운 돈을 취득했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방식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이 이 행태를 적발했고, 수사와 기소까지 이뤄졌다. 재판에선 B씨와 C씨는 각각 벌금 3000만원,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다른 지점에서도 유사 행각
같은 안과 다른 지점 2곳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번 치료에 4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2차례 받은 것으로 영수증을 만들어준 것이다. 지점별로 각각 환자 2명, 12명이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 금액으로 치면 합산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해당 지점 의사들은 각각 벌금 70만원, 300만원에 처해졌을 뿐이다.
이들은 재판에서도 “영수증 분할 발급 사실은 인정하나, 실제 리피플로우 시술을 집행했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영수증만 분할해 이틀에 걸쳐 시술한 것으로 처리했을 뿐”이라며 “1일 한도 내 보험금은 편취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해도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많은 금액을 편취할 의사로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처음부터 해당 시술을 계획하고 내원한 것이 아니고 비용 탓에 꺼렸음에도 실손보험으로 이를 모두 충당할 수 있게 처리해준다고 설득한 점 △리피플로우 시술이 안구건조증 환자가 당장 시술하지 않으면 중대하거나 치명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급박한 시술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이 인정돼 피고인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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