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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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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집값 꼭 잡겠다" 수많은 규제에도 '최악 결과', 왜[손바닥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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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로 강남아파트 잡겠다더니…결국 가장 크게 올라

    규제, 가격 누르는 도구→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

    수 십년간 강남 부동산에 쏟아진 규제들

    투기과열지구, 재초환, 분상제, LTV·DTI 강화, 토허제 등

    하지만 17년 동안 서울 73% 상승·강남구는 102% 올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서울 부동산에 쏟아진 수많은 규제 속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정부가 가장 강하게 눌러온 곳은 강남이었고, 그럼에도 가장 크게 오른 곳 역시 강남 아파트였다.

    이데일리

    강남 아파트 관련 이미지(사진=구글제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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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현실은 한국 부동산 정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규제는 분명 가격을 누르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가격 상승의 원인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강남 아파트에 쏟아진 규제의 목록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LTV·DTI 강화, 토지거래허가제 등 강남은 어떤 정부에서든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규제의 사정권에 놓여 왔다. 그 과정에서 거래비용은 높아지고 진입 장벽은 두터워졌으며 신규 공급은 지연되거나 멈춰섰다. 정책은 가격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시행되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가격은 더 크게 올랐고, 강남의 아파트는 오히려 정부가 관리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자산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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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세선 (그래픽=도시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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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 아파트 매매가격증감률로 확인해 보면 이 역설은 더욱 분명하다. 2008년 4월 이후 최근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증감률은 약 55%인데 비해, 송파구는 66.1%, 서초구는 69.2%, 강남구는 70.7%까지 치솟았다. 서울 전체보다 강남권이 약 11~16%p 더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가장 많은 규제를 집중적으로 가한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가격 안정을 목표로 했던 정책의 방향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이 정반대로 흘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규제가 공급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와 안전진단 강화는 강남의 노후 아파트를 신축으로 바꾸는 속도를 늦추고, 분양가상한제는 신규 공급을 줄여 시장의 숨통을 조인다. 공급이 줄어들면 당연히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 강화된다. 강남에서 새 아파트가 줄어들수록 기존 아파트의 가격 탄력은 더 커진다. 공급을 억누르는 규제가 결국 가격을 더 밀어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강남의 수요 특성이다. 강남은 한국 교육·일자리·교통·문화 인프라가 가장 밀집된 지역이자, 고자산·고소득층의 수요가 가장 두텁게 쌓여 있는 지역이다. 대출 규제나 세금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구매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실제로 매수할 수 있는 계층은 더 좁아지고, 강남 아파트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자산으로 의미가 변한다. 규제가 걸릴수록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는 셈이다.

    투자 흐름 또한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규제가 강해지면 투자 수요는 잠시 비강남 지역이나 외곽으로 이동하지만, 시장이 회복되는 순간 다시 강남으로 회귀한다. 규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다시 강남으로 수요가 되돌아오며 가격은 더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한다. 정책은 순간을 통제할 뿐, 장기 흐름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 반복되는 결과가 말하는 것은 강남 집값은 규제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규제는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를 누르고 거래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인 공급·입지·수요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공급을 줄이고 희소성을 높이며, 강남의 프리미엄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정책은 가격 억제라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는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해온 셈이다.

    강남 집값의 안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도시 구조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재건축과 정비사업의 정상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교육·산업·교통 인프라의 다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강남은 계속해서 가장 강한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규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규제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강남은 이미 규제를 넘어서는 구조적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무시한 채 규제로 가격을 조정하려 한다면 정책은 앞으로도 같은 결과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년의 경험이 말해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규제는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한다. 오히려 강남의 가치를 더 강화해왔다. 정책이 현실을 바꾸려면 강남의 수요와 공급이 왜 고착되어 있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하며, 규제로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접근이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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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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