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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미국 관심은 ‘방위비’뿐…급기야 안보전략서 ‘북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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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한국을 “자기 방어에 더 책임지는 모범 동맹(model allies)”이라고 지칭하며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집단방위를 위한 역할을 여전히 하지 못하는 동맹들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 온 유럽 동맹국들을 겨냥한 말로, 헤그세스 장관은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는 동맹의 안보 부담 공유”라며 “유토피아적 이상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폴란드는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국”이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쓰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선 “특혜를 받을 것”이라며 “동맹국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기대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가 지난 5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안보의 우선순위를 미국 본토와 서반구,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억제에 맞추며, 유럽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혼자 전부 대응할 수 없으니 동맹들이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이상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NSS의 내용과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미국을 속이기 위해 결성됐다’고 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을 백악관의 공식 정책으로 만든 것”이라며 “80년간 지속돼 온 대서양동맹이 바다 건너 초강대국(미국)에 의해 공개적으로 폄하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사실상 핵심 안보 대상으로 규정한 중국에 대해선 “안정적인 평화, 공정한 무역,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 접근법은 지배가 아닌 세력 균형이 목표”라며 “미국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존중(respect)하는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던 국방 전략과 달리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일제히 주요 안보 문서에서 대북 정책의 목표로 명시해 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NSS에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물론 ‘북한’이라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지난달 27일 발표한 백서에서 정통적으로 언급해 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뺐다.

    북핵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접근법이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에서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 협상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NSS 보고서에 대해 “(북한 언급이 없는 건) 작성의 기본 방침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향후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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