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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겉뜨속차… ‘온도 차이’로 물리학 40년 난제 고온초전도 현상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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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도 서울대 연구팀 학술지 발표

    전자 결합보다 온도 관점서 해석

    “BCS 이론, 위반 아니다” 밝혀내

    ‘초전도 돔’ 등 관련 난제도 설명

    동아일보

    구리산화물 내의 원자 배열과 물질 내에서 구역별로 온도가 달라지는 ‘열적 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며 고온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 상단의 파란색 층은 온도가 높아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아래쪽 초록색 층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 이건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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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팀이 물리학계 난제로 꼽히는 고온초전도 현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하나의 이론이 여러 고온초전도 난제를 관통해 설명하는 데 성공하면서 과학계에 새로운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도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 연구교수 팀은 최근 고온초전도 메커니즘 관련 난제를 ‘열적 탈동조화(Thermal Decoupling)’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고 밝혔다. 물질을 이루는 각 부분마다 온도 변화 양상이 달라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10월 2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스 투데이 피직스’에 공개됐다.

    초전도는 극저온 환경에서 전자가 둘씩 ‘쿠퍼 쌍’을 이뤄 움직이며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1911년 처음 발견된 초전도 현상은 1957년 ‘BCS 이론’으로 처음 설명됐다.

    BCS 이론에 따르면 초전도 현상은 약 25K(캘빈·절대온도의 단위로 0K은 영하 273.15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만 일어난다. 이후 상압, 영하 140도 조건 등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되면서 BCS 이론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고온초전도 원리 규명이 새로운 물리학 난제로 부상했다.

    이 교수는 “지난 40년간의 연구는 전자가 고온에서도 쿠퍼 쌍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열적 탈동조화를 고온초전도의 근본 원리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트륨(Y), 바륨(Ba), 구리(Cu), 산소(O)로 이뤄진 물질 ‘YBCO’의 고온초전도 현상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물질 표면은 고온,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내부의 특정 원자 배열은 저온으로 분리됐다.

    상온처럼 온도가 높을 때는 각 원자 사이의 열교환이 활발해 물질 내부의 온도 분포가 균질하다. 저온에서는 고온초전도체를 이루는 원자 사이의 거리에 따라 열교환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열의 흐름이 고립되면서 물질 결정구조 전체가 하나의 온도로 통일되지 않는다. 원자마다 온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YBCO에서 고온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때 표면에 노출된 큰 원자인 바륨과 산소층의 평균 온도는 90K,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구리·산소층의 평균 온도는 14K으로 BCS 이론의 상한선보다 낮았다. BCS 이론을 위반하는 줄 알았던 고온초전도 현상이 실제론 이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통 시료 표면의 온도를 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바륨 원자의 영향을 받아 고온으로 측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제시된 이론으로 ‘초전도 돔’ 등 고온초전도 난제들을 차례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고온초전도 현상을 온도 관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초반에 있었지만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후 과학자들이 온도 관점을 배제하고 전자의 결합 관점에서만 설명하려다 보니 잘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뉴턴 역학을 설명할 수 있듯이, 과거의 이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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