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8 (월)

    [논현광장_박덕배의 금융의 창] 2026년 경제,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의 창 대표/정책평가연구원 비상근연구위원

    코스피 4000·수출 훈풍 호재
    가계부채·연체율 상승은 불안
    ‘약한 고리’ 점검, 대응 나서야


    이투데이

    연말이 되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내년은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에 기운다. 금리 인하 전망이 이어지고, 증시도 4000선을 넘나들며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출 호조까지 겹치면 “이제는 속도를 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히 최근 고환율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경상수지가 오랜만에 큰 폭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이 숫자만 보면 한국경제가 안정 궤도에 올라선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부 지표가 반짝 좋아진 결과일 뿐, 경제의 기초 체력이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흐름이 ‘괜찮아 보이는 착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발목은 여전히 불안하다. 경기부양은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비슷하다. 밟으면 속도는 나지만, 차체가 흔들리고 제동력이 약한 상태라면 가속은 오히려 위험을 앞당긴다. 지금 한국경제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조용하지만 무거운 현실이 있다. 첫째,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리가 내려도 가계가 즉시 여유를 되찾긴 어렵다. 둘째, 부동산 PF 사업장 중 멈춰 있는 곳이 많고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2금융권 연체율은 조용히 오르고 있다. 금융 불안은 대개 소리 없이 시작된다는 말이 지금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다친 다리로 전력질주를 하는 격이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작은 균열이 큰 부상을 부를 수 있다. 경기부양은 돈의 흐름을 빠르게 만드는 일인데, 취약 지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속도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재정 여력도 넉넉지 않은 만큼 신중함이 더 필요하다. 무리한 부양은 국가 신용비용 상승, 시장 금리 변동성 확대 등 예상 밖의 부작용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그래서 2026년의 첫 번째 과제는 “얼마나 빨리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여야 한다. 경제는 평균이 아니라 약한 고리에서 먼저 깨진다. 빚 부담이 큰 가계, 매출 변동에 취약한 소상공인, 연체에 가까워진 차주가 흔들리면 소비와 일자리가 동시에 약해지고, 이는 전체 경제의 체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새해의 리스크 관리는 숫자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복이 더딘 계층이 버틸 수 있도록 받쳐주는 일에 가깝다. 취약한 곳부터 숨통을 틔워주면 경제 전체의 흔들림도 줄어든다. 이는 소득을 나누자는 논의가 아니라 붕괴 지점을 미리 보강하는 현실적 접근이다.

    가계부채 조정, PF 리스크 점검, 2금융권 건전성 강화 같은 과제는 얼핏 성장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성장의 전제조건이다. 취약한 층이 쓰러지지 않아야 소비와 고용이 버티고, 그래야 전체 경제도 흔들리지 않는다.

    경제도 사람과 비슷하다. 버티는 힘을 잃으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2026년의 과제는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는 기반을 지키는 일이다. 속도는 나중에도 낼 수 있지만, 기반이 무너지면 회복은 훨씬 더디다.

    2026년은 새 기회의 해가 될 수도 있고, 누적된 위험이 드러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과 안정이다. 천천히라도 단단하게 나아가는 경제가 결국 더 멀리 간다. 흔들림이 적은 경제는 성장률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도 함께 지켜준다.

    새해 경제에 필요한 것은 빠른 질주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을 발판이다. 2026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안전이다. 그리고 그 안전은 결국 가장 약한 곳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