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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방송업계는 올해 특히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윤석열 정부 임기 3년도 지나지 않아 정권이 교체되면서 방송업계 구제 정책이 불연속성을 띠게 됐고, 그 사이 업황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누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퇴로 없는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체감되는 규제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대 주요 공약 가운데 ‘소프트파워 빅(BIG)5를 통한 문화강국 도약’을 내세우며 방송·콘텐츠 산업 지원을 약속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실제로는 방송의 공공성 강화가 강조되며 규제 기조가 더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2026년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경고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비 과도한 유료방송 규제 완화, 합리적인 재원 분배 체계 정립 등 숙원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소관 부처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 “케이블TV에 유독 추워”…유료방송업계 전반을 덮친 구조조정 한파
방송 사업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적이 없지만, 업계는 올해 위기의 무게가 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현 방미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2023년 가입자 수는 3629만(단자수 기준), 방송사업 매출액은 7조2,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01%, 0.4% 증가에 그쳤다.
그럼에도 규제는 유료방송에만 집중됐다. 업계와 학계가 꾸준히 OTT와 유료방송 간 규제·진흥 정책의 균형을 촉구해왔지만, 방송법은 여전히 2000년대 시장 질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자에 대한 규제 의미가 상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다.
특히 케이블TV는 올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SK브로드밴드와 LG헬로비전이 희망퇴을 단행했으며, LG헬로비전은 방송·알뜰폰 등 기존 주력사업 외 일부 신사업을 정리하고 12월 본사를 서울 상암에서 경기 고양 삼송으로 이전했다.
◆ 재원 갈등 격화…LG헬로비전 vs CJ ENM ‘강대강 대치’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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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의 콘텐츠 사용료 가이드라인 마련 지연 속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최근 LG헬로비전이 대형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감액 지급한 데 대해 CJ ENM이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예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개별 기업 간 충돌로만 보기 어렵다 말한다. 또 다른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도 콘텐츠 사용료 지연 지급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며 같은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PP 역시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 광고 매출 부진 속에서 SK스토아·채널S 등 다수 채널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 IPTV 첫 요금 정상화…콘텐츠 사업은 축소 흐름
IPTV 역시 업황 악화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업계는 선제적으로 요금 정상화에 나섰다. 학계에선 정부의 유료방송 요금규제 완화 3년 만에 첫 요금 변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평가했다.
그간 유료방송 업계의 숙원은 ‘완전무결한 신고제’였다. 국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OECD 최하위 수준일 만큼 콘텐츠 가격이 과도하게 낮아 신고제 완화가 시장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방송법 제77조 2항이 사업자가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한 뒤 과기정통부가 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정부 승인형 신고제’라는 비판이 나았다. 실제 정부와 사업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접수가 반려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요금제 개편은 당시 소관부처였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완전무결한 신고제’ 안착을 위한 법 개편은 향후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는 IPTV를 운영하는 통신3사가 장기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 있다. 이를 가장 분명히 드러낸 사례로 LG유플러스가 거론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일부 중소 PP 대상 콘텐츠 사용료를 대폭 조정하고 상생협의체에서도 탈퇴했다. 연말 인사에선 콘텐츠최고담당자(CCO) 조직을 폐지해 기능을 타 부서로 이관했고, 자체 제작 스튜디오 ‘STUDIO X+U’도 순차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다.
◆ 새 정부 방송개혁, ‘공영방송’으로 쏠려…방미통위 위원장 후보는 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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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개편하고, 이사 추천 경로를 언론단체·시민단체 등 정치권 외부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방송장악 방지”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일부 단체 구성원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다.
방미통위 역시 출범 전부터 공영방송 중심의 위원회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됐다. 상업방송까지 아우르겠다는 명분과 달리, 공공성 중심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대통령이 위원장 후보자로 언론법 전문가인 김종철 연세대 교수를 지명한 점도 이러한 시각에 무게를 실었다.
정작 이번 개편에서 OTT 소관부처가 공백으로 남은 점도 또 다른 논란이다. 과기정통부·문체부·방통위 간 이견으로 판단이 미뤄진 가운데 왓챠의 기업회생 절차, 티빙–웨이브 합병 지연 등으로 OTT 시장의 불안정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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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 출범 지연으로 유료방송 정책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였다. 방송 기능이 통합되기 전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던 방송진흥 기능이 방미통위로 이관되면서 법·제도 개편 작업이 멈춘 것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제 폐지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예고했지만, 기능 이관으로 일정이 중단됐다. 광고 규제 완화도 같은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업계가 올해 유일하게 긍정적인 신호로 꼽는 사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이다. 제작국가와 자본, 제작 주체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케이팝과 한국형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국적 소재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정작 국내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직접적인 수혜를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적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살아 있지만 이를 받쳐줄 국내 플랫폼은 여전히 약하다”는 씁쓸한 평가가 나온다.
결국 업계는 유료방송 규제 혁파가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라고 말한다.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전제돼야 콘텐츠를 원할히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작사는 작품을 제작해도 편성 플랫폼이 줄어들어 IP를 해외 플랫폼에 헐값으로 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통령께서 K-콘텐츠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K-콘텐츠의 기반을 형성해온 방송사들의 구조적인 하락이 계속된다면 활성화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국내 방송사가 다시 K-콘텐츠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의 과감한 정비와 실효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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