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명 생활산업부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뒤 촉각을 곤두세우고 쿠팡의 수습 과정을 지켜본 유통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홍보·대관 조직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는 쿠팡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지 지켜볼 기회였지만 쿠팡의 초기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쿠팡에 따르면 서버에 대한 무단 접근은 올해 6월 24일부터 약 5개월간 지속됐다. 그 기간 동안 회사의 보안 시스템은 고객 정보 유출을 감지조차 못했다고 한다. 거의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언론 보도를 접한 뒤에야 유출 사실을 알았다.
사고 자체뿐 아니라 ‘사고를 공개하는 방식’도 문제였다. 쿠팡의 안내문은 책임 회피에 가까웠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처음 알릴 당시 ‘유출’ 대신 ‘노출’, ‘무단 접근’ 등 수위가 낮은 표현을 사용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안내하는 공지문도 하루 만에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이후 정부 요청에 따라 수정된 사과문을 재차 게시했지만 이마저도 상품 할인 광고 링크로 활용하며 공분을 샀다.
후속 대응도 미비했다. 쿠팡은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원론적 대책만 내놓았다. 불안한 소비자들은 쿠팡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유출되지도 않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재발급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세청 사이트가 마비됐다. 이에 세관 통관과 수출입 업무가 지연되며 소비자와 공공기관이 2차 피해까지 떠안았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도 자신들을 대체할 플랫폼이 없으니, 고객들이 떠나지 못할 것이라 계산한 것 같다. 하지만 쿠팡의 진짜 위기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보다도 ‘대응 실패’에서 비롯될 수 있다. 기술적 보완은 시간이 지나면 가능하지만 불신으로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제라도 쿠팡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원칙, 이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 등을 명확히 제시하길 기다리고 있다. 쿠팡이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인식에 기대 위기 대응을 최소화하기보다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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