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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사우디 국영 AI 기업 '휴메인'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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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텀

    10일 개막한 '컴업 2025'에서 타렉 아민 휴메인 CEO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c)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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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 국영 AI 기업 '휴메인'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
    AI 인프라는 지금 한 곳에 집중돼 있다. GPU를 사려면 엔비디아를 거쳐야 하고, 클라우드는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했다. 가격은 오르고, 스타트업은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12월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 2025 개막식. 국내외 275개 스타트업이 참가하고 46개국에서 모였다. 사전등록만 14,817명.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타렉 아민 휴메인 CEO가 선언했다. "2월부터 한국에 휴메인 사무소를 열겠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하겠습니다."

    개막식 전,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아민 CEO와 따로 만났다. 주제는 한국 AI 스타트업의 사우디 진출과 양국 AI 협력이었다. 휴메인은 2조 원 밸류의 리벨리온, 예비유니콘 라이너 같은 한국 AI 스타트업에 구체적 관심을 보였다.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민관 협력 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휴메인은 올해 5월 설립된 사우디 국부펀드(PIF) 100% 소유 국영 AI 기업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형언어모델, 클라우드까지 AI 밸류체인 전체를 구축하는 '풀스택 AI 기업'을 표방한다.

    타렉 아민은 산업 전환의 전문가다. 인도 릴라이언스 지오(Jio)에서 모바일 산업 변혁을, 일본 라쿠텐 모바일에서 5G 성장을, 사우디 아람코 디지털에서 에너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저비용 고성능 AI 인프라를 만들겠다
    아민 CEO의 첫 번째 메시지는 명확했다. "AI 인프라의 전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겠습니다." 현재 AI 스타트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인프라 비용이다. GPU, 데이터센터, 추론 서비스. 어느 것 하나 싸지 않다. 휴메인은 이 비용 자체를 무너뜨리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숫자가 구체적이다. 휴메인의 클라우드 호스팅 AI 비용은 글로벌 평균보다 약 20% 저렴하다. 추론 클라우드 비용 구조는 많은 지역보다 거의 47% 낮다. 현재 150개국을 대상으로 AI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는 저비용 고성능 AI 인프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력이다. 사우디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접근성이 뛰어나다. 2030년까지 3GW(기가와트)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34년에는 6GW로 확장할 계획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추론 트래픽의 20%를 처리하는 것.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한국과 사우디, 상호보완적인 조합
    "한국과 사우디는 상호보완적인 조합입니다." 아민 CEO가 가장 강조한 문장이다. 한국은 제품을 만들고, 사우디는 그것을 스케일할 수 있다. 한국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파운드리, 반도체 설계에서 세계적 리더다. 사우디는 전력과 토지, 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HBM과 첨단 팹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사우디는 전력과 토지, 연결성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나라죠. 한국이 세계를 위한 해답을 만들고, 사우디가 이를 촉진하고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이 중요한 이유는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아민 CEO는 "휴메인은 다양한 칩셋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며 "한국과 함께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가속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대안을 필요로 하고, 한국이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모두 AI, 반도체, 로보틱스에 진심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역량으로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아민 CEO는 "세계 최대 HBM 기업이 한국에 있고, 최상급 팹도 존재하는데 AI 칩 분야에서도 왜 글로벌 1위가 되지 못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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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타렉 아민 휴메인 CEO는 10일 오전 컴업 2025 개막식에 앞서 AI 스타트업 분야 투자 및 협력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사진=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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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만에 통합된 라이너, 그 의미
    휴메인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스타트업은 라이너였다. 예비유니콘으로 평가받는 AI 검색 기업. 휴메인은 라이너의 핵심 기술을 자사 플랫폼 '휴메인 원(Humain One)'에 통합했다. 소요 시간은 4일이었다.

    4일이라는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플랫폼의 개방성. 외부 AI 에이전트가 네이티브 통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둘째, 확장 가능성. 아민 CEO는 "현재 6개의 다른 통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너는 첫 사례일 뿐이다. 리벨리온 같은 2조 원 유니콘부터 검증된 기술을 가진 예비유니콘까지, 휴메인의 관심사는 명확했다.

    휴메인 원은 회사 운영을 위한 AI 운영체제다. 태스크 매니저, 검색, 미팅 매니저를 포함한 AI 에이전트 솔루션이다. 여기서 검색이 핵심 기능인 이유가 있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려면 정보를 찾고, 맥락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검색은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다.

    "사용자는 기존 제품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과의 협업 여정이 시작된 지점입니다." 아민 CEO의 말은 라이너 한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스타트업이 만든 AI 애플리케이션이 휴메인의 인프라 위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증명이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
    아민 CEO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직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동료들이 자주 말하듯 한국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스스로를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하는 데는 아직 소극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AI는 한국만의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글로벌 레이스입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현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라이너가 4일 만에 휴메인 플랫폼에 통합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미 검증된 기술과 명확한 사용 사례를 갖췄기 때문이다. 휴메인이 찾는 것도 바로 이런 스타트업이다.

    자본력도 강점이다. "휴메인은 매우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GDP 국가입니다. 왕국 내부에는 한국 기업과 공동 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된 기업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벤처 투자 펀드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2월부터 시작되는 실행
    약속은 구체적이다. 한국 사무소 개설. 벤처 투자 펀드 가동. 한국 스타트업과의 직접 협력 체계 구축. 휴메인은 한국 지사를 통해 민관 협력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부-기업, 정부-정부 간 실질적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아민 CEO는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휴메인은 사우디와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아민 CEO가 제시한 기회는 명확하다. 의료, 금융, 검색, 산업 자동화. 어떤 분야든 실제 고객이 채택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면 된다. 라이너처럼 검증된 기술과 실제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 휴메인의 인프라 위에서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제품.

    사우디는 정부와 기업 시장 접근이 용이하고, 투자 유치가 유리한 시장이다. 중동 최대 GDP 국가이자, 150개국을 대상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허브다.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휴메인은 여러분이 사우디를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돕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이 만든다. 사우디가 확장한다. 라이너는 4일 만에 통합됐다. 다음은 누구의 차례인가.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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