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인하···"경제 변화 지켜보기 좋은 금리"
"재정정책, AI 지출, 소비 지속···고용 안 늘어도 성장"
"물가·고용 모두 우려···내년 금리인상 방침은 아냐"
"인플레는 관세 상품만···1월까지 데이터 많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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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인하와 동결 모두 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견조한 소비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1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지난 9월 회의 때와 같은 3.4%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1년 동안 한 번 정도만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셈이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하고 물가를 2%로 유지한다는 연준의 두 개의 목표와 관련해 “두 목표 양쪽의 위험에 신경쓰고 있다”며 “최근 몇달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인플에이션(물가 상승)에 대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이는 9월에 전망한 1.8%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다. 올해 예상 성장률인 1.7%보다도 0.6%포인트 높다.
내년 실업률은 9월과 동일하게 4.4%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2.9%에서 내년 2.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 변동을 두고 위원 12명 사이에 큰 이견이 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연준 이사로 임명한 최측근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9월, 10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동결 입장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OMC 회의에서 3명이 다른 의견을 낸 건 6년만이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상향한 배경으로 소비와 기업 투자 증가를 꼽았다. 파월 의장은 “외부 기관의 예측을 보더라도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세부적으로는 소비가 견조한 데다 회복력을 보이고 있고,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투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에는 성장률이 올해 1.7%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다소 반등할 것”이라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의 영향으로 0.2%포인트 정도를 내년으로 옮겨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 “재정정책도 성장에 우호적이고, AI 관련 지출도 지속되고, 소비도 계속되고 있다”며 “따라서 내년 기본 시나리오는 견조한 성장”이라고 짚었다.
파월 의장은 이와 함께 현 금리 수준을 두고 “앞으로 경제 수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좋은 위치”라고도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중립(neutral)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립 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않고, 가라앉히지도 않는 연준이 지향하는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 발언을 두고 내년 금리 인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지금부터 1월 FOMC 회의 사이에 많은 데이터를 보게 될 것이고 우리의 판단에 반영될 것”이라며 “일부는 AI 효과일 수 있지만 고용이 크게 늘지 않아도 성장이 계속되고 소득도 늘어날 정도로 생산성이 구조적으로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연준 내 의견이 갈라진 데 대해서는 “흥미로운 점은 위원 전원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아직 너무 높아서 내려와야 하고 고용시장은 약화돼 위험하다’는 데에 동의했다는 점”이라며 “차이는 어느 쪽의 위험을 더 크게 보느냐인데 이는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엔 의견이 더 넓게 분포하는 것이 당연한데 12명 중 9명이 결정에 찬성했으니 비교적 폭넓은 지지라고 볼 수 있다”며 “가계조사 등 일부 데이터는 10월과 11월 절반 동안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지 않아 왜곡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전망요약(SEP)을 보면 실업률 상승 위험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둘 다 있다고 보는 위원이 적지 않아서 양쪽 모두 논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수단은 하나뿐이니 둘을 동시에 조절할 수는 없고 어느 시점에 움직이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지금 누구도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비(非)관세 요인 인플레이션은 올해 진전이 있었다”며 “관세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들어올 것이지만 우리는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좋은 위치에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고용시장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완만하게 식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약간 더 낮다”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고 있고 상품 인플레이션은 관세가 있는 부문에서만 오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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