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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사설] ‘입틀막 소송·언론 위축’ 우려, 정보통신망법 귀 막고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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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자본 권력의 ‘입틀막 소송’으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를 통과했다. 현업 언론단체들과 학계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귀 막고 ‘졸속 속도전’을 할 것인지 묻게 된다.

    허위·조작 정보 유포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을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 부른다. 하지만 허위·조작 정보 개념은 모호하고 너무 광범위하다.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선별된 정보’라고 규정했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행정기관을 통한 국가의 심의·검열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또 사실과 허위 판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치인·고위공직자, 대기업 총수·임원 등 권력자가 비판 보도를 차단할 목적으로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건 대표적 논란거리다. 애초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을 둬 법원이 이 소송을 조기에 각하할 수 있게 하고, 언론에 ‘입증 책임의 전환’ 조항을 삭제했다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다. 재판부에 권력의 소송 목적이 언론의 비판·감시 방해임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고, 법원의 판단 요건도 까다롭다. 그 와중에 취재 단초가 되는 공익제보자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어 취재원 보호나 공익제보가 위축될 수 있다. 과거 보도된 김건희씨 국정농단 단서들도 특검 수사로 지금에서야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걸 김씨가 초기에 전략적 봉쇄소송을 했다면, 언론의 권력 감시 취재·보도는 타격받게 된다.

    12·3 내란 후 ‘부정선거 체포 중국인 미군기지 압송’같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위에 엄중히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법 취지대로 악의적·반복적 보도로 얻은 이익을 몰수하고,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권력 감시는 훼손할 수 없는 민주주의 가치다. 민주당은 언론단체·전문가들과 숙의·토론을 통해 보다 촘촘하고 실효적인 입법을 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과 간사인 김현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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