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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안보전략, 아시아에 어떤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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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지난 주말 백악관은 트럼프 2기 첫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이에 근거해 국방부는 곧 국가국방전략(NDS)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전략은 놀랍게도 통찰력과 지속력을 갖췄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R 맥마스터 주도로 작성된 초안을 바탕으로 외교정책 전문가인 나디아 샤들로우가 집필한 이 전략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일방주의적 색채를 띤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이 향후 세대를 아우르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점은 주목할 만한데, 냉전 이후 이처럼 직설적인 국가안보전략서는 없었다.



    1기보다 이념적…현실 적용 의문

    대만과 아시아 동맹 중요성 강조

    ‘북핵’ 사라져 핵 용인 우려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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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전략도 궤를 같이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 2기의 다른 정책처럼 이 전략서도 모순으로 가득한 이념적·거래적 성격이 다분해 과연 현실에 접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이번 전략은 트럼프의 중남미 ‘지배’ 공약을 담고 있다. 이는 유럽 열강의 중남미에 대한 지배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먼로 독트린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번 전략은 외부 패권으로부터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민과 마약 통제를 위한 과도한 군사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역내 주요 파트너들을 소외시키고 러시아와 중국에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트럼프 버전 ‘먼로 독트린’의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 섹션도 정치적이고 지정학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공화당 내 포퓰리즘 우파는 오랫동안 유럽에 회의적이었다. 2차 대전에 참전할 때도 고립주의적 시각을 주창했으며 전쟁 후 나토 창설에도 반대했다. 건국 당시 유럽을 군주제의 계급적 속물주의라 혐오했던 우파는 이제 유럽의 사회진보주의와 국경 개방정책을 싫어한다.

    정부 요직에 반유럽 이데올로기를 지닌 인사가 대거 자리 잡은 탓에 그들의 시각이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유럽의 ‘문명적 말살(civilizational erasure)’을 막겠다는 문구다. 이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길 문구다. 다만, 이번 전략서에 미국의 나토 탈퇴까지 언급되지 않았고, 유럽의 자유와 안보에 대한 지지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부분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어조는 이전 트럼프 1기와 바이든 때보다 누그러졌는데, 일부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어조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전쟁 위험에 대한 여러 언급이 있으며 전쟁을 막겠다는 행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들이 있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와 무역 거래를 위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베선트 장관의 노력, 그리고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국방부와 의회를 모두 만족시켰다.

    국가국방전략도 중국 억제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 동맹국들에는 위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국가안보전략은 대만 안보와 아시아 동맹국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인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는 유럽 동맹에 대한 차가운 시각과는 대비된다. 한국은 여러 번 등장하지만, 한반도와 북핵 위협 관련 내용은 사라졌다. 희망컨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안보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음을 의미하지 않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가안보전략은 아시아 전략의 지속성을 보여주며, 그 수사 어구가 다소 충격적일지라도 미국-유럽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안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이런 전략서 집필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주변의 국제주의자들이 동맹, 힘의 균형, 지정학적 경쟁에 대해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읽힌다.

    훗날 역사가들은 이 전략서를 보며 2025년 12월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랜드 전략(Grand Strategy)이라기보다는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 잉크얼룩검사라고 불리는 개인 심리검사)에 가깝다는 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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