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 |
2006년 영국의 수학자 클라이브 험비는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Data is the new oil)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데이터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기에 이제 데이터는 '산소'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다. AI와 생성형 AI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하며 업무효율을 높이고 순간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술경쟁의 승패는 결국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통제능력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핵심자산인 데이터를 우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80%에 달하는 기업이 AI를 업무에 활용하며 급격한 도입속도를 보인다. AI를 쓰는 회사가 안 쓰는 회사보다 매출은 평균 4%, 부가가치는 7.6%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처럼 중요한 분야의 AI 도입률이 4%에 그치는 등 산업별 격차가 여전히 크다. 이러한 차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AI 활용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데이터를 부서별로 따로 관리해 직원들이 데이터를 찾고 취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낭비가 발생한다. 또한 엉망인 데이터 때문에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도 상존한다. 또한 AI 개발 및 활용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회사 전체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큰 장벽이 된다. 더욱이 AI가 잘못 학습해 인종이나 성별을 차별하는 등 편향성 및 통제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AI기본법과 같은 정부의 규제도 강해지면서 AI 시스템의 신뢰문제가 기업의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코딩 없이도 AI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노코드·로코드 도구가 늘어나 누구나 AI를 쓸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람 대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처럼 AI가 보편화하고 똑똑해질수록 통제되지 않은 AI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AI 시대의 성공은 도입한 기술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제대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경영능력이 있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3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 거버넌스 선진화를 통한 품질확보와 사일로를 해소해야 한다. 데이터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고 AI 학습을 위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모든 AI 성공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 회사 내 흩어진 데이터를 한데 모아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나아가 누가 어떤 데이터를 책임지고 관리할지, 데이터가 정확한지 등을 체계적으로 정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갖춰 AI가 엉뚱한 결과를 내지 않도록 시스템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사적 AI DNA 이식 및 인재육성 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업무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AI를 필수 동료처럼 느끼도록 실무 중심의 AI 활용교육과 실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재육성의 목표를 AI 활용능력을 넘어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에 맞춰야 한다.
셋째, '책임 있는 AI'(RAI) 실천을 통한 윤리적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AI의 편향성이나 오류위험은 기관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므로 RAI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AI를 쓸 때 지켜야 할 RAI 원칙을 회사 전체의 약속으로 정하고 이를 실천할 전담조직과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성공은 AI 기술에 대한 투자규모가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깊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경영적 역량에 달렸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은 데이터 거버넌스 투자를 선행해야 하며 RAI 구축은 단순한 규제준수를 넘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비즈니스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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