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스타인-에릭 솔버그와 그의 어머니 수잰. 지난해 12월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며 "어머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적은 바 있다 [솔버그 인스타그램 캡처] |
미국에서 한 남성이 챗GPT와 대화를 나누다 망상이 심화하며 80대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유가족이 챗봇 개발사인 오픈AI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 사건은 챗GPT와 살인과의 연관성을 따지는 첫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11일(현지시간)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80대 여성 수잰 애덤스(83)의 유족은 이날 오픈AI 측을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챗GPT가 수잰을 살해한 그의 아들 스타인-에릭 솔버그(56)의 편집증적 망상을 악화시키고, 어머니를 살해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IT기업 임원이었던 솔버그는 지난 8월 코네티컷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본인 역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제출된 문서에 의하면 그는 당시 어머니 방에 있는 프린터가 자신을 감시하는 장치일 것이며, 어머니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유족은 그가 챗GPT와의 대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정서적 의존이 강화됐고, 주변 사람들을 적대 세력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뿐 아니라 배달원이나 매장 직원, 경찰관, 친구들까지 모두 적으로 믿는 음모론이 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솔버그가 챗GPT와 나눈 실제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챗GPT는 그에게 정신 질환이 없으며, 사람들이 그를 모함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그가 신성한 목적으로 '선택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족은 챗GPT가 그에게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유하지도, 그의 망상에 참여하는 일을 멈추게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픈 AI가 '결함 있는 챗봇'을 내놔 살인으로 이어지게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솔버그의 아들은 "챗GPT가 아버지가 실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면서 "오픈AI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솔버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챗GPT와의 대화내용 일부 [솔버그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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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측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며 "세부 사항 파악을 위해 소송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챗GPT는 정신적·정서적 고통의 징후를 감지하고 대화를 진정시키며 현실 세계의 도움을 받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챗GPT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의 16세 소년 애덤 레인의 유족은 챗GPT가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지난 8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망자 4명을 포함한 피해자 7명이 망상 등 정신 건강 관련 문제를 겪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다른 AI 챗봇 '캐릭터.AI'를 운영하는 캐릭터테크놀로지스 또한 지난 10월 플로리다주 14세 소년의 유족으로부터 피소된 바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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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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