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토)

    WBD 인수전... 정치·오일머니·규제까지 얽힌 '초대형 미디어 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YT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00~10:00)
    ■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 대담 :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태현 : YTN 라디오 생생경제 2부로 이어가겠습니다. 요즘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할리우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를 놓고 벌이는 초대형 인수전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렇게 큰돈이 오가는 데 꼭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죠. 트럼프까지 끼어들면서 더욱 복잡한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김용희 교수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김용희 : 네, 안녕하십니까.

    ◆ 조태현 : 예,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일단 이번 인수전부터 살펴보죠.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각각 엄청난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아는데요. 얼마씩 제시했습니까?

    ◇ 김용희 : 크게 보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영화, 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사업 중심 자산을 인수하는 구조로 약 700억 달러를 제시했고요. 파라마운트는 전체를 통째로 가져가는 적대적 인수 시나리오를 전제로 이보다 상당히 큰 1000억 달러대 제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네. 7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파라마운트가 넷플릭스보다 더 큰 금액을 제시한 배경을 보면, 파라마운트의 경영 상황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돈은 어디서 조달한 겁니까?

    ◇ 김용희 : 이번 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사우디 국부펀드(PIF), 카타르투자청(QIA), 아부다비 리마드홀딩스 같은 중동 대형 국부펀드가 부족한 파라마운트의 자금을 대규모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세 펀드가 대략 2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오일머니의 총공세'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그런데 중동 국부펀드들이 왜 할리우드 인수전에 뛰어든 겁니까?

    ◇ 김용희 : 핵심 키워드는 포스트 오일 전략입니다. 아부다비나 사우디 모두 장기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엔터테인먼트·스포츠·관광 같은 소프트파워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에 핵심 스튜디오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그렇군요.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옴 2030, 비전 2030 등 여러 사업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성과가 뚜렷하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번 인수전에서 이해충돌 얘기가 나오면 이분 이야기는 꼭 나옵니다. 트럼프 일가도 끼어들었다고 하던데 정치적 영향력 문제도 거론되고 있죠?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파라마운트 진영에 그런 요소가 있습니다. 투자 컨소시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어피니티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포함돼 있고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가족도 핵심 후원자로 참여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워너브러더스 산하에 CNN이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민감성이 매우 크죠. 파라마운트가 인수하면 CNN까지 포함되는 구조라 정치적 개입 우려가 제기되는 겁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CNN 같은 뉴스사업은 제외하고 콘텐츠 핵심 자산만 인수하려는 구조라 또 다른 논쟁이 생깁니다. CNN이 어느 정치 세력과 더 가까운 기업에 넘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파장이 매우 커질 수 있어 양당과 규제 당국 모두 바짝 주목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지금 CNN 하면 뉴욕타임스와 함께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매체 아니겠습니까?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넷플릭스 쪽은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전통 금융을 활용했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입니까?

    ◇ 김용희 : 넷플릭스는 뉴욕 월가의 전통적 금융기관 웰스파고, BNP파리바, HSBC 등으로부터 590억 달러의 단기 브릿지론을 조달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두고 '빚플릭스(Debtflix)'라고 부를 정도로 고(高)레버리지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수 자체가 부채 기반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후 재무 건전성이 중요한 쟁점입니다.

    ◆ 조태현 : 브릿지론은 단기 대출이라 이자율이 높잖아요.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단기 차입하면 넷플릭스에 큰 부담이 될 텐데,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요?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넷플릭스 재무구조는 확실히 부담이 커집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설명자료를 보면 현재 순차입 규모가 약 150억 달러인데, 이번 브릿지론까지 포함하면 총 차입잔액이 700억~750억 달러 수준까지 불어날 수 있습니다.

    ◆ 조태현 : 부채가 네댓 배 늘어나면 신용등급 부담이 크겠네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 김용희 : 부채가 급증하면 신용등급 압력은 피할 수 없습니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신용분석 기관은 현재 A대 투자등급이 한두 단계 내려가 BBB급으로 떨어질 위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무디스는 넷플릭스의 IP 확보 능력과 스트리밍 현금창출력을 근거로 A3 등급은 유지하되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요약하면 투자등급은 유지되지만 한두 단계 하향될 수 있는 회색지대라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인수 실패 시 물어야 하는 위약금도 상당히 크다고 하던데요?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알려진 계약 구조에 따르면 규제 심사 과정에서 딜이 무산될 경우 넷플릭스가 WBD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이 약 58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입니다. 반대로 WBD가 계약을 뒤집을 때도 수십억 달러의 역(逆)위약금이 걸려 있어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조항 때문에 인수 성사가 흔들릴수록 넷플릭스의 재무 리스크에 대한 시장 경계도 커지고 있습니다.

    ◆ 조태현 : 가장 큰 리스크는 결국 반독점 규제 심사일 텐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 김용희 :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넷플릭스와 HBO 맥스를 합치면 시장 점유율이 약 40%라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산술적 합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중복 구독자가 많아 체감 점유율은 더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넷플릭스도 중복 구독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점유율 30%만 넘어도 반독점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만큼 심사 강도는 높아질 것입니다.

    ◆ 조태현 : 반대편인 파라마운트는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바로 완결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 김용희 : 파라마운트가 WBD 전체 인수에 성공하면 디즈니·넷플릭스와 함께 3강 체제가 형성됩니다. 파라마운트플러스에 HBO 맥스, 다양한 케이블 채널, 영화 스튜디오까지 더해지면 구독자가 2억 명까지 늘어 규모가 완전히 달라지죠. 하지만 문제는 **CFIUS(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입니다. CNN·HBO 같은 자산은 미국의 문화·정치적 영향력과 직결되는데 여기에 중동 왕정 국가의 국부펀드 자금이 들어오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 안보·여론·외교 측면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라마운트 측은 국부펀드가 의결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CFIUS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심사가 '없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치열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 조태현 : 양쪽 모두 법적 리스크를 안고 가는 셈이네요.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 조태현 : 미국 소비자가 넷플릭스 인수금지 소송도 제기했다고 합니다. 인수가 되면 경쟁이 약화돼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구독료 인상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용희 : 두 부분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소비자 소송이 심사에 직접적 영향력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경쟁 약화·구독료 인상 우려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규제 당국의 심사 강도를 높이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빅테크·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집행 기조가 강경해 인수·의회청문회·법무부 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구독료 인상 가능성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바로 인상이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합병 조건에 요금 인상 제한이 붙을 가능성이 크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 소비자 반발 압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증가와 IP 투자 확대 때문에 가격 인상 압력이 점진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과거에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몇 년 간격으로 요금을 꾸준히 올려 왔죠. 따라서 3~5년 이후에는 인상 가능성이 존재하며, 그 파급효과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조태현 : 네.

    ◇ 김용희 : 결론적으로 단기적 요금 급등 가능성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상 압력이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 인상 자체만 걱정하기보다 국내 OTT·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플랫폼과 협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 조태현 : 그렇습니다. 우리 OTT 시장도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요. 지금이 고민할 시점입니까?

    ◇ 김용희 : 네, 맞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2~3개 축으로 재편되면 한국 OTT도 장기적으로는 판권 비용 상승, 글로벌 경쟁 심화, 국내 점유율 잠식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단일 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본·IP 규모의 게임이 본격화되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승리해 초대형 단일 플랫폼이 등장하면 국내 OTT가 직접 경쟁하기는 어려워지죠. 그래서 가격 경쟁보다 지역·장르 특화, K-콘텐츠 공동 제작,
    해외 배급 협력, 같은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집니다.
    반대로 파라마운트가 승리해 3강 구도가 형성되면 경쟁 강도는 조금 완화되지만, HBO 맥스가 한국 투자에 소극적인 면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 합니다. 결국 누가 인수하느냐보다 한국 콘텐츠가 어떤 포지션을 선점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산업과 정부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합니다.

    ◆ 조태현 : 근원적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OTT 시장 대격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용희 : 네,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대한민국 24시간 뉴스채널 [YTN LIVE] 보기 〉
    [YTN 단독보도] 모아보기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