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유지 유인책 부재]
세제혜택 1계좌당 1회만 적용에
해지이후 IRP 등 타 계좌로 이전
日은 장기 가입자 인센티브 강화
제도 재정비 장기투자 유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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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주식 직접 투자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21년 도입 이후 절세 계좌로 폭풍 성장했다. 하지만 계좌만 만들고 방치하거나 3년이 지나자마자 해지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ISA 가입이 늘더라도 3년 뒤 떠나는 계좌로 남는다면 정책 효과는 반쪽에 그치는 격”이라며 “납입액에 비례해 세제 혜택이 커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SA 계좌를 3년 이상 유지하면 일반형 200만 원, 서민형 400만 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에는 9.9%(지방세 포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 원으로 5년 동안 총 1억 원을 납입할 수 있다. 중도 해지가 가능하지만 3년은 의무적으로 계좌를 유지해야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을 1계좌당 1회만 적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3년을 채워 혜택을 받은 뒤 기존 계좌를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계좌로 갈아타는 것이 더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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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매년 계좌 해지율도 동반 급증하는 추세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가입자 대비 해지자의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해지 비중이 18%, 2024년 25%로 올라섰고 올해 10월 37%로 치솟았다. 세제 혜택이 가능해지는 의무 기간 3년을 넘긴 뒤 해지가 집중되는 흐름으로 제도의 본래 취지인 장기 투자 계좌라는 역할과의 괴리가 커진 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는 일정 기간을 채우고 나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다른 절세 계좌로 옮기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계좌 안에 자금이 계속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고액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국내 금융소득은 종합 과세 구간으로 올라가지만 해외 주식 양도 차익은 연 250만 원까지 공제 이후 일정 세율로 과세되는 별도 체계라 굳이 납입 한도가 있는 ISA 안에 장기 자금을 묶어둘 유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ISA는 소액이라도 계좌를 먼저 만들어 두면 납입 한도가 이월돼 향후 절세 구간을 넓힐 수 있다. 예컨대 올해 중 계좌를 개설할 경우 내년 납입 한도는 2년간의 납입 한도를 합산해 총 4000만 원이 되는 식이다. 60%가 넘는 깡통 계좌의 높은 비율은 이 같은 이월 제도에 기인한다. 여기에 더해 증권사들은 2021년 도입 이후 다수 계좌 개설 서비스를 확대하며 고객 유치 선점에 나섰고 이에 힘입어 올 10월 말 기준 전체 ISA 가입자 수는 694만 7000명으로 늘어났다.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는 장기 인센티브 강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NISA는 2014년 도입 당시 소액 비과세 계좌였지만 이후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2~3배 이상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신(新)NISA’ 체제로 전환하면서 연간 최대 360만 엔(약 34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누적 한도 1800만 엔 범위 내에서 발생한 이익·배당을 전액 비과세하며 기한 제한도 없앴다. 투자자가 계좌를 오래 유지할수록 혜택이 커지도록 설계해 단순 절세를 넘어 장기 자금 플랫폼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 생태계 조성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자 한도 확대, 비과세 구간 상향 등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투협은 세제 혜택 강화, 가입 연령 확대 등 ISA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난다면 ‘코스피 5000 시대’가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부가 ISA를 장기 투자 인센티브 강화 정책의 주요 축으로 검토하면서 전반적인 제도 개편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입 기간이 3년을 초과할 경우 매년 100만 원씩 비과세 한도를 추가해 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5년을 보유하면 비과세 한도가 400만 원으로 늘고 10년 보유하면 900만 원까지 확대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일반형과 서민형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각각 최대 500만 원, 1000만 원까지 올리는 세법 개정안도 병행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은 “ISA 제도의 본래 목적이 단기 절세가 아닌 장기 자산 형성인 만큼 비과세 한도 확대를 비롯한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며 “다만 혜택 강화가 해외 주식 쏠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밀하고 균형 있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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