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접견,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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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법왜곡죄에 대해 “정말 부끄러운 문명국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법조문이 추상적이어서 헌법의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판사의 사실 판단이나 법 적용에 오판이 있다면 항소나 상고 제도를 통해 바로잡아야지 형사 처벌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 대표에게 아무리 포장해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같은 법원의 부당한 결정을 막고, 검찰의 조작 수사를 심판하려면 법왜곡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법은 왜곡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한계가 있다. 자칫 판검사들을 위축시키고 권력의 사법부 장악에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위원장이 “문명국의 수치”란 표현까지 쓰며 비판한 것은 법왜곡죄가 불러올 혼란을 그만큼 심각하게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여권에선 민주당 사법개혁 법안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다. 당장 법무부가 법왜곡죄에 대해 수사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는 데다, 직권남용 등 기존 형법상 죄명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며칠 전 여당 의원총회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와 함께 법왜곡죄의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최근 대법원의 사법개혁 공청회에 나온 진보 성향 인사들도 상당수가 여당에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보수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했던 그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아낌없는 쓴소리를 요청했는데, 바로 이런 의견 개진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정부 출범 후에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런 임무를 부여받은 이 위원장이었기에 여당 대표 면전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작심하고 했을 것이다. 문명국의 수치가 되지 않도록 ‘법왜곡죄’ 추진안은 당장 폐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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