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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해석은 지성이 가하는 복수다”… 예술 향해 던진 감각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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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에 반하여/ 수전 손택/ 홍한별 옮김/ 윌북/ 2만2000원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수전 손택(1933∼2004)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무엇 하나 과장이 아니다. 그는 지난 세기 미국의 위대한 문학적 스타였다. 단순히 존경받거나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작가를 넘어, 여러 세대 예술가와 지식인 여성들에게 기존의 어떤 모델보다 강력한 이상향으로 남아 있다.

    세계일보

    수전 손택/홍한별 옮김/윌북/2만2000원


    1966년, “해석은 지성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라는 문장으로 잘 알려진 초기 대표작이자 첫 에세이집 ‘해석에 반하여’를 출간하며 그는 뉴욕 지성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위압적일 만큼 박학다식하며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엄숙한 문단이 다루지 않던 동시대의 ‘저급’ 대중문화를 기꺼이 탐구했다. 장뤼크 고다르, 비틀스의 음악, SF영화 등 다양한 작품과 주제를 넘나드는 논평은 독창적이었다. 손택에게는 뚜렷한 계보가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뒤를 잇고 싶어 했다. 물론 손택과 같은 존재는 다시 없었다.

    ‘해석에 반하여’는 20여년 전 국내에 번역 출판된 적 있지만, 거친 번역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캠프’에 관한 노트’ 등 여전히 대중문화비평에 영향을 미치는 에세이 26편이, 이번에는 믿음직한 번역가 홍한별의 손을 거쳐 새 번역으로 출간됐다.

    “예술 비평의 목적은 예술 작품을(또한 그러면서 우리의 경험을) 더욱 생생한 것으로(그 반대가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그 유명한 에세이 ‘해석에 반하여’에서 손택은 예술 경험을 방해하는 은유의 축적을 비판한다. 에세이는 화가 빌럼 더코닝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내용은 무언가가 언뜻 비치는 것, 반짝하는 빛 같은 만남이다. 아주 작은? 작디작은, 내용.”

    글의 끝에 이르면, ‘내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내용’ 없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느끼게 해야 하는가? 아마도 형식 그 자체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윌북이 지난 7월부터 발간한 ‘수전 손택 에세이 걸작선’의 두 번째 책이다. 내년에는 손택의 ‘영화에 관하여’가 홍한별 번역으로 국내 최초 출간될 예정이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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