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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브로드컴 실적 뜯어보니···AI 매출 급증, 삼성 HBM ‘역전의 문’ 열렸다 [갭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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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AI 매출 74% 급증, 앤스로픽 등 추가 고객

    AI 칩에 랙도 팔아 이익률 대신 총 이익 키워

    HBM 급한 브로드컴, 제조의 삼성에 SOS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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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 대항마이자 맞춤형 인공지능(AI) 강자로 급부상한 브로드컴이 AI 인프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브로드컴이 ‘타도 엔비디아’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인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 대비 초반 고전했던 삼성전자(005930)에 반격의 기회가 왔다는 평가다. 브로드컴이 단순 반도체 설계를 넘어 오픈AI, 엔스로픽 등 거대언어모델(LLM) 기업에 서버 랙 단위의 시스템을 통째로 공급하는 ‘큰 손’으로 변신하면서 HBM 시장 공급난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에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평가다.

    브로드컴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180억 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1년 전보다 28% 늘어난 수치로 시장 예상치(174억 5000만 달러)를 소폭 넘겼다.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AI다. AI 반도체 매출은 6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나 급증했다.

    앤스로픽 신규 고객 확인, AI 랙 팔며 매출 급증
    구글 TPU 택하는 빅테크 늘어 反엔비디아 주축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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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실적 발표의 백미는 숫자가 아닌 사업 구조의 전환이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미스터리 고객이 LLM 기업 앤스로픽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판매 방식이다. 브로드컴은 앤스로픽에 칩만 파는 게 아니라 구글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인 아이언우드(Ironwood)를 기반으로 HBM과 냉각 장치, 전원 공급 장치 등을 결합한 랙 시스템 전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제시한 내년 1분기 총이익률 하락 전망(전 분기 대비 1%포인트 감소)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외부 부품을 사와 조립해 파는 시스템 매출 비중이 늘면 마진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총액은 커진다. 혹 탄 CEO는 “마진율 수치는 낮아지겠지만 절대적인 이익금은 늘어난다”고 자신했다. 오픈AI와 파트너십도 구체화했다. 2027년부터 자체 칩 양산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본격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GPU를 위협하는 ‘커스텀 칩’ 생태계가 2029년까지 장기 호황(Super Cycle)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설명이다.

    AI 가속기의 혈관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 스위치 칩 매출도 주목해야 한다. 브로드컴의 신형 토마호크 6(Tomahawk 6) 스위치 칩은 초당 102테라비트 전송 속도를 자랑하며 수주 잔고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GPU와 NPU를 연결하는 광통신 부품과 스위치 칩의 중요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브로드컴은 연산과 연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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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브로드컴 HBM 공급망 장악
    생산 능력 1위 ‘제조의 삼성’ 저력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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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컴의 AI 랙 판매 전략은 삼성전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들어 브로드컴에 납품하는 HBM 물량이 SK하이닉스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브로드컴과 구글 등이 주도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조의 힘’을 앞세워 판을 뒤집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컴이 AI 랙 단위 공급을 늘릴수록 안정적인 HBM 수급 능력과 패키징 솔루션을 갖춘 파트너가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 생산능력(CAPA)에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불거진 위기론을 딛고 D램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HBM 라인으로 전환하며 수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제조의 삼성’이 갖춘 압도적 물량 공세가 시작됨에 따라 현재 열세인 시장 점유율 지표 역시 내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 생산량은 최근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7만 장까지 확대되며 SK하이닉스의 16만 장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그간 월 15만 장 수준에 머물며 경쟁사에 소폭 열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대한 설비 투자를 앞세운 반격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생산능력 확대는 곧 시장 점유율 반등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7%로 SK하이닉스(62%), 마이크론(21%)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이미 생산능력에서 경쟁사를 앞선 만큼 수율 안정화와 인증이 완료되는 시점에 점유율이 수직 상승할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 점유율이 내년 30%를 상회하며 2위 자리를 탈환하고 선두 추격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라인 전환 속도전 vs 신규 팹 건설 맞불
    HBM4 선점 경쟁은 ‘턴키’와 ‘동맹’의 대리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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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기세를 몰아 설비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일부 D램 생산라인(P3·P4)을 HBM 생산을 위한 최첨단 1c D램(10나노급 6세대) 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증설하고 있다. 이는 4분기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평택 5공장(P5)의 골조 공사 추진을 결정하며 메모리 슈퍼 사이클 대응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공격적인 증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 간 경쟁의 관건은 HBM 라인 전환 속도와 신(新)공장 건설로 압축된다. 삼성전자가 기존의 방대한 범용(레거시) 메모리 라인을 HBM으로 빠르게 전환해 물량을 쏟아내는 전략이라면 SK하이닉스는 신규 팹의 조기 가동에 방점을 찍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라인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청주 M15X 공장의 빠른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진짜 실력은 맞춤형 HBM4에서 갈려
    삼성 ‘턴키’ 가격·속도 SK ‘동맹’ 안정성



    단순 생산량 경쟁을 넘어 기술 패권 다툼은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로 급격히 옮겨붙는 모양새다. HBM4부터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커스텀(Custom) HBM 시대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원팀’ 동맹을 맺고 HBM4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 다이 생산 공정에 TSMC의 로직 공정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극대화한 ‘일괄 수주(턴키)’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나의 공장 안에서 설계부터 생산·패키징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어 공정 효율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HBM 시장 파이가 급격히 커지고 있어 양 사 모두에 기회”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GPU 공급 대기가 길어지자 구글 TPU 등 자체 칩으로 눈을 돌리는 빅테크가 늘고 있다”면서 “HBM 수요처가 다변화하는 것은 IDM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에 좀 더 유리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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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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