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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우보세] 한국형 국부펀드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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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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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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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테마섹, 호주 퓨처펀드를 본뜬 '한국형 국부펀드'가 내년 출범한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전략수출금융기금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K(한국형)-엔비디아' 구상 실현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기획재정부가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상 처음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보고 중 "대통령님이 관심을 안 가져주신 부분이 있다. 과거 정부에선 없던 것"이라며 한국형 국부펀드를 강조했다. 실제 기재부가 준비한 업무보고 자료의 6개 큰 축 중 하나는 '적극적 국부 창출'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부펀드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있다. 다만 KIC는 주로 외환보유액 등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외화 자산을 해외에서 위탁 운용하도록 돼있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반면 새로 추진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M&A(인수합병)는 물론 부동산 등까지 투자 대상을 가리지 않고 상업적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국부펀드 신설 발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내년 상반기 중 설립 계획을 잘 만들고 필요하면 법안도 만들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한국형 국부펀드의 구체적 실체는 아직 빈 칸이다.

    당장 재원 확보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 주식을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부 보유 물납 비상장주식은 350개 종목, 6조8000억원 규모다. 이정도 재원으로는 M&A, 부동산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유 중인 국유재산이나 공기업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초기 재원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해 초기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장 내년 약 11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나라 곳간 사정을 더 팍팍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름도 헷갈릴 만큼 많은 정책펀드가 넘쳐나는 것도 문제다. 중복과 과잉, 비효율, 낭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 정부가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밝히기 하루 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등도 이미 가동 중이다. 여기에 대규모 수출·수주 지원을 위한 '전략수출금융기금'도 신설될 예정이다.

    관제 펀드는 정관계 인사들의 자리 나눠 먹기 용도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투자 결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 국유재산을 적극 활용해 국부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정책펀드나 기금 등은 폐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첫 조성 때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만간 예산 기능을 잃게 되는 기재부가 다른 주머니 하나 챙긴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형 국부펀드가 '무늬만 테마섹'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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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광범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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