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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트럼프 스톡커] 우량주로 피신하는 투심, 마이크론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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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오라클·브로드컴 '쇼크'···다우 상승, 나스닥 하락

    'GPT-5.2' 효과도 없어···中은 엔비디아 칩 거부

    美의회도 수출 반대···월가 '대중국 투자'도 경고

    17일 마이크론 실적 기대···삼성·SK하닉도 영향

    日금리 '엔캐리'도 주목··· 금주 고용·CPI도 공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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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실적 충격으로 인공지능(AI) 중심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줄이고 전통 우량주로 눈을 돌리는 월가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AI 산업에 투자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수익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거품론’이 다시 한 번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거품론의 본질은 AI 산업 자체에 미래 성장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현 주가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는 데 있는 까닭이다. 특히 오는 17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공개되는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글로벌 증시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력 사업이 유사한 한국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이후 처음 나오는 16일의 1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와 10월 소매판매, 18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이 주목하는 주요 경제지표로 꼽힌다. 이달 초 월가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우려와 맞물린 일본은행(BOJ)의 19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주 다우 1.05% 오르고 나스닥 1.62% 하락…‘오라클·브로드컴 쇼크’에 기술주 급락

    서울경제


    지난 8~12일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와 우량주 간 주가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5% 상승한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62%나 하락했다. 기술주의 부진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63% 내리막을 탔다. AI·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 기간 무려 3.58% 추락해 월가의 투자 심리가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악화됐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술주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대한 반사 이익도 얻지 못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로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만 0.75% 올라갔다.

    나스닥의 부진은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AI 실적으로 재확산한 거품론에 기인했다. 월가의 AI 투자 우려를 먼저 자극한 회사는 오라클이었다. 오라클은 10일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2분기 자본지출이 1분기 85억 달러보다 35억 달러나 급증한 약 1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3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나아가 더그 케링 오라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회에서 2026 회계연도 전체 자본지출 전망치를 약 5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 또한 기존 월가의 예상보다 150억 달러나 많은 수치였다. 2026 회계연도 전체 매출 전망치는 10월에 제시한 670억 달러를 그대로였다. 오라클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오라클은 이 소식에 11일과 12일 각각 10.83%, 4.47% 폭락했다.

    여기에 11일 장 마감 후 나온 브로드컴의 2025 회계연도 4분기 AI 실적은 더 충격적이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AI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 CEO는 “AI의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총수익은 그 외 사업보다 작다”며 해당 사업의 내년 전망치를 “움직이는 과녁”에 빗댔다. AI 관련 사업이 매출만 늘 뿐, 수익성 개선에는 외려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탄 CEO는 심지어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 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오픈AI의 ‘GPT-5.2’ 출시 효과도 없어···중국은 엔비디아 칩 수입 거부, 美의회는 수출 반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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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경쟁사이자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개발 관련 핵심 협력사다. TPU가 구글의 지난달 18일 ‘제미나이 3.0’ 출시를 기점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저렴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던 상황에서 브로드컴이 월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 소식에 나스닥은 12일 하루에만 1.69%나 추락해 사실상 지난주 하락분 대부분을 주도했다. 엔비디아(-3.27%), 마이크로소프트(-1.02%), 아마존(-1.78%), 구글 모회사 알파벳(-1.01%), 메타(-1.30%), 팰런티어(-2.12%) 등 다른 AI 관련주도 줄줄이 하락했고 브로드컴은 11.43%나 급락했다.

    오픈AI의 개선된 ‘GPT-5.2’ 모델 출시 소식도 AI 관련주에 대한 월가의 싸늘한 시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픈AI는 11일 기존 ‘즉답(Instant)’ ‘사고(Thinking)’ 모드에 ‘프로(Pro)’ 모드를 더한 GPT-5.2 모델 시리즈를 내놓았다. GPT-5.2는 기존 GPT-5.1보다 성능을 대폭 개선한 새 모델이다. 일부 성능은 구글의 제미나이 3.0을 일부 추월하기도 했다. 오픈AI는 또 자사 플랫폼에 월트디즈니의 200여 개 캐릭터를 3년간 도입하기로 자사 플랫폼 인공지능(AI) 동영상·이미지 제작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했다. 오픈AI는 어도비의 포토샵 기능도 무료로 장착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관련주는 외려 중국이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 번 더 타격을 입었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한다는 이유로 ‘AI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의 칩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국에서 개발된 반도체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의회조차 엔비디아의 H200 대(對)중국 수출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고 “중국 기업들에 최첨단 칩 판매를 승인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달성한 특별한 전략적 우위를 약화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이 자국산보다 더 앞선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도록 허용하게 하는 것은 AI 산업 내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레나 위원장은 또 엔비디아가 화웨이의 AI 칩 성능을 과장해 정부에 로비를 했다며 수출 허가를 결정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원도 최근 H200의 중국 수출을 30개월 동안 금지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도 최근 “공산주의 중국의 침략 행위를 뒷받침하는 투자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 AI 기업에 투자하는 월가에 경고장을 날렸다.



    17일 마이크론 실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영향···19일 일본 금리 결정도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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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에는 17일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이 AI 관련주 투자 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의 실적과 관련해서는 전례 없는 D램 가격 상승세로 월가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HBM 물량도 이미 동이 난 만큼 이 회사가 내년 실적 전망도 장밋빛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마이크론의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경쟁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실적과 주가 전망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1978년 설립된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업계 3위 회사로 분류된다. 1980년대 일본과 2000년대 한국이 주도한 메모리 ‘치킨게임’에서도 살아 남은 기업이다. 2001년 일본 도시바의 D램 사업부, 2012년 일본 엘피다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일본은행이 이달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0.75%로 인상할지 여부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올린 뒤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잇따라 동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월가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조기 차단을 위해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 증시는 이달 1일에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기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급락한 바 있다. 그간 싼 이자에 엔화를 빌려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할 있다는 걱정이 주식, 가산자산 등 위험자산 가격에 빠르게 반영됐다.

    이번주 나올 경제지표 가운데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이후 나오지 않았던 고용보고서가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미국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11월 비농업 고용이 4만 명 증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셧다운 해제 이후 처음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에서 기록한 11만 9000명 증가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같은 날 나오는 10월 소매판매는 미국의 소비 현황을 가늠할 지표로 평가된다.

    18일에는 11월 CPI도 공개된다. 월가에서는 11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정책 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밖에 15일 12월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 시장지수(HMI), 16일 ADP 주간 고용변화 보고서와 12월 S&P 글로벌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18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19일 12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의 지표가 대기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올해의 금리 결정은 이미 끝낸 상태라서 이번주 지표들은 내년 1월 27~28일 FOMC 회의 때나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내년 전망이 시장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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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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