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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6 (화)

    해충·자외선 견디며 자란 황칠나무 성분, 면역력 높여준다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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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생명력 품은 식물



    해안가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종

    살아남기 위해 사포닌·베툴린 합성

    항염·항균·항산화 물질 다량 함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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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와 제주 해안가에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인 황칠나무가 자란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며 면역적으로 단단한 성질을 품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황칠나무는 해풍과 강한 자외선, 해충, 곰팡이 등 끊임없이 밀려드는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항산화·항염 물질을 대량 합성해낸다. 오늘날 건강학적으로 황칠을 재조명하는 배경이다.

    황칠은 나무에 상처를 내면 황금빛 수지가 흘러나온다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왕조에 이르기까지 황칠은 왕실과 사찰의 도료로 귀하게 취급됐다. 빛깔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는 기능도 있어서다. 황칠 수지에는 벌레와 곰팡이를 막는 강력한 항균 성분이 들어 있다. 조선 후기의 농업·약학서 『산림경제』에서는 황칠을 ‘천금목(千金木)’이라고 기록했다. ‘천금을 주고서라도 살 가치가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황칠 수지를 위장병, 피부 질환, 관절통 치료 등에 활용했다는 기록도 확인된다.



    NK세포 활성 촉진시켜 면역 반응 강화



    한때 황칠나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시절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중국으로 보내는 조공 중 하나가 황칠이었는데 지방 관청이 백성들에게 무리하게 채취를 요구하면서 주민들은 부담을 피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고사시키는 일이 잦았다. 한동안 숲에서 황칠나무를 찾는 일이 어려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임산자원 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건강 소재로 황칠이 다시 조명되면서 재배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황칠나무의 생명력은 연구로 증명된다. 식물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드는 2차 대사산물은 종종 인간에게 강력한 약리 효과를 선사한다. 황칠의 대표 성분인 사포닌과 베툴린이 그러한 생존 화학물질이다.

    사포닌은 원래 식물이 곰팡이나 해충의 공격을 막기 위해 분비하는 항균성 물질이다. 황칠에 든 사포닌의 구조는 인삼 사포닌과 유사한 형태다. 피로 해소, 기력 증진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현대 연구에서 면역 항상성 유지라는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베툴린은 강한 자외선·건조·강풍 같은 물리적 자극 속에서 황칠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성분이다. 항염·항산화·항종양 연구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물질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의 주기를 멈추게 한다는 결과도 다수 보고됐다. 자연살해(NK)세포의 활성을 촉진해 면역 반응을 강화한다는 보고도 있다. 감염과 세포 노화를 줄이고 조직 손상 회복과 관련된 면역을 조절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지표다.

    황칠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폴리페놀은 대부분 강한 빛과 미생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에서 많이 생성된다. 남해안과 제주의 자외선 강도와 해양성 기후 환경은 황칠이 항산화 물질을 더 많이 합성하도록 만든다.

    황칠에는 클로로젠산·페룰산·쿼세틴·루틴 등 인체 건강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항산화 물질이 다량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각각 작용 기전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화 스트레스 감소→염증 완화→세포 보호→혈관 기능 강화’라는 방향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한다. 황칠을 전체적인 신체 균형을 돕는 복합 생리 활성 식물로 평가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음주·약물 등으로 손상된 간 기능 회복



    황칠 연구 중 상대적으로 근거가 많이 축적된 분야는 간이다. 음주·약물·지방 축적 등으로 손상된 간세포는 산화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황칠 추출물은 이 스트레스를 줄여 간 기능 회복을 돕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황칠이 간세포의 대사 환경을 안정화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세포 수준에서 회복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다.

    황칠이 최근 건강 소재로 재조명되면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김치를 담글 때 소금양을 줄이고 감칠맛을 내는 방법의 하나가 황칠 가루를 넣는 것이다. 아미노산·유기산 조합이 발효 향을 강화한다. 분말·환·진액·발효액 등 기능적 가공 형태도 다양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황칠을 넣어 푹 삶은 백숙이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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