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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통일장관 6인 “대북정책 외교부 주도, 헌법 원칙에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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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사진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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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원·정세현 등 전직 통일부 장관 6명이 15일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어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통일부가 중심이 돼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6인의 전직 통일부 장관은 “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며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의 명칭을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 가동에 반대하는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성명”이라 달았다.



    이들의 성명은 이재명 정부 시기 미국과 첫 대북정책 협의체 구성을 두고 통일부와 외교부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외교부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옛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수석대표로 한 범정부 차원의 ‘한-미 대북정책 조율 고위급 협의’를 오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행하려 하자, 통일부는 “외교부가 주도하는 대북정책 조율에는 불참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인의 전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계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들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실무 부처의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이라며 “미국 실무자들과의 대북정책 협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명이 언급한 ‘미국 실무대표’는 국장급인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워킹그룹은 대북제재 이행과 남북 협력의 균형 잡힌 조율을 명분으로 2018년 11월20일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상시 협의체로 첫발을 뗐다. 그러나 명분과 달리 미국의 남북 협력 ‘통제장치’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019년 1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지원과 관련해 운송 수단인 트럭이 제재 대상이라고 물고 늘어져,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며칠째 기다리던 북쪽 관계자들의 발길을 돌려 세워 무산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북 정상 합의의 이행 시도가 워킹그룹에 막혀 번번이 무산되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0년 6월17일 담화로 워킹그룹을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워킹그룹은 곧 제재’라는 인식”과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이 된다는 비판” 따위를 언급하며 2021년 6월22일 ‘워킹그룹 종료’를 선언했고,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및 주한미국대사와 직접 협의에 나섰다.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린 전직 통일부 장관은 △임동원(25·27대) △정세현(29·30대) △이재정(33대) △조명균(39대) △김연철(40대) △이인영(41대) 등 6명으로 모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에 장관직을 수행했다.



    다음은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동에 반대하는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성명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실무 부처의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미국 실무자들과의 대북정책 협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합니다. 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습니다. 전문성이 없고, 남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습니다.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이며, 경제, 군사, 인도, 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합니다.





    2025년 12월 15일





    임동원(25·27대 통일부 장관), 정세현(29·30대 통일부 장관),



    이재정(33대 통일부 장관), 조명균(39대 통일부 장관),



    김연철(40대 통일부 장관), 이인영(41대 통일부 장관)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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