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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어릴 적 발가벗고 물놀이하던 곳…물길 다시 보니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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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30년 만에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굴포천. 인천 부평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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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발가벗고 물놀이하고, 미꾸라지 잡던 곳입니다. 복개(覆蓋)돼 주차장으로 이용됐었는데 물이 흐르는 곳으로 복원돼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인천시 부평구 백마교에서 만난 최병학 씨(72)는 옛 하천의 모습을 회복한 굴포천 상류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부평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최씨는 "1950~1960년대 이 주변은 미군부대와 논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당시 굴포천에서는 빨래도 하고 그랬었는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평 도심지를 흐르던 굴포천은 복개가 돼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이가 든 뒤에 복원된 하천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여름에 시간을 보내기에 더욱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인천에서 가장 긴 하천인 굴포천의 물길이 30년 만에 복원됐다. 콘크리트로 복개된 구간을 걷어내 옛 물길을 살리고, 물길 좌우에 보행로 등을 만들어 '인천판 청계천'으로 재탄생했다.

    굴포천은 원적산과 계양산 등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지천이 모여 한강까지 이어지는 지역 생태 축의 핵심이다. 인천 부평~경기 부천~한강으로 이어지는 본류 15.31㎞ 가운데 인천 구간은 11.5㎞. 지천인 청천천(1.32㎞), 갈산천(0.84㎞), 계산천(1.32㎞), 귤현천(1.79㎞)의 물이 본류인 굴포천에 유입돼 한강을 거쳐 서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로 일부 구간이 회색 콘크리트로 복개되거나 오염된 상태로 유지되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후 부평구는 2008년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에 이르는 6.08㎞를 생태하천으로 조성해 시민이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바꿨다.

    그러나 부평구청에서부터 상류는 여전히 아스팔트·콘크리트 복개 구간으로 남아 굴포천의 온전한 매력을 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인천시와 부평구는 2021년 6월, 부평구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평구청에 이르는 복개 구간(1.5㎞)을 걷어내고 물길을 잇는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인천 제1호 하천 복원 사업이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착공 4년여 만인 오는 17일 준공식을 앞두고, 지난 4일 복원 구간에 하천유지용수를 처음 공급하는 '물맞이 행사'를 개최했다. 1990년대 중반께 복개 구간 하수시설 완료로 물길이 끊긴 지 30년 만에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생태 복원 구간은 준공식 이후 시민에 본격적으로 개방되지만 벌써부터 시민의 기대가 크다.

    장재열 씨(68·인천 부평)는 "주자장으로 쓰던 곳에 물길이 다시 생겨 신기하다"면서 "어렵게 복원된 하천인 만큼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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