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에 산 지 28년 반이 됐다”며 뉴요커의 감성이 담긴 소설을 써온 폴 오스터. |
작년에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는 미국의 소설가로, 그해 성탄절에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 단편을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브루클린의 작은 시가 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에세이 같은 짧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허구와 진실의 경계에 관해 묻는다. 다음 해 봄 뉴욕으로 폴 오스터를 찾아간 웨인 왕은 그를 설득해 영화를 만들고, 소설가가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은 199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영화 ‘스모크’가 만들어진 사연이다.
시가 가게 이야기에 ‘스모크’라는 제목이 붙은 건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오스터에 따르면 ‘연기’란 이야기 자체이기도 하다. 흐릿하고 항상 모양이 변하며 신호를 보내고 공중을 떠다니는 것. 진짜인지 가짜인지 독자를 혼동하게 했던 소설은 이후 ‘영화 같은’ 과정을 거쳐 영화로 재탄생한다. 이 뒷이야기가 본래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고 말하면 그건 칭찬일까, 아닐까?
어떤 실화는 이야기보다 아름답다. 그것은 현실이 이야기보다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이야기라는 뜻일 것이다. 연기처럼 종잡을 수 없는 하루하루를 애써 붙잡고 연결해서 우리는 삶이라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기적이란 이야기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올 성탄에는 마구간처럼 볼품없는 우리의 일상에도 저마다 빛나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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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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