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폭스바겐이 중국발 판매 부진 속에 독일 드레스덴 공장 문을 닫는 처지에 몰렸다. 창사 88년 만의 첫 독일 공장 폐쇄다.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결과지만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결정적인 배경은 실적 악화, 특히 중국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폭스바겐은 한때 중국에서 '국민차'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신뢰를 누렸다. 1984년 중국과 합작으로 만든 '산타나'를 앞세워 관용차와 택시, 중산층 첫 차 시장을 장악했고, 매출의 40%가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중국은 핵심 시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1~9월 중국 내 차량 인도량은 전년 대비 12% 이상 감소했고, 전기차 판매는 40%가량 줄었다. 비야디(BYD)와 샤오미 등 중국 토종 브랜드 약진 속에 폭스바겐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졌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수요 둔화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축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동안 폭스바겐은 기존 성공 공식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전기차 전환은 늦었고, 소프트웨어 내재화는 조직 갈등과 시행착오에 발목이 잡혔다.
세계 2위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는 '혁신을 미루면 강자도 무너질 수 있다'는 냉혹한 경고다. 이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역시 한때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과거의 경쟁력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폭스바겐의 뒷걸음질은 한국 기업과 정책 당국 모두가 곱씹어야 할 경고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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