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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돈 많이 풀려서 집값·환율 상승?...한은 "똘똘한 한채·서학개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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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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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최근 늘어난 시중 유동성 탓에 부동산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은 '똘똘한 한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 기대가, 환율은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주된 원인이라고 짚었다.

    한은은 16일 블로그에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최근 유동성 증가 속도에 대한 일각이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최근 M2(광의통화) 증가율이 높아진 원인을 '시차'로 분석했다. 경기 방어를 위한 네 차례 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국외 유동성 유입,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속도만 보면 위협적이지 않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 속도가 과거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과 10월 M2 증가율은 8.5%, 8.7%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부터 집계한 장기평균(7.4%)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금리인하기였던 2014년(10.5%)과 2019년(10.8%)에 비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박 팀장은 "최근 유동성 증가세는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해 평균 수준"이라며 "유동성 수준도 실물경제나 자산시장 성장세를 고려할 때 과도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 착시'도 지적했다. M2 범위 밖에 있던 자금이 ETF(상장지수펀드) 등 수익증권으로 대폭 유입되면서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통화지표에도 포함되지 않는(비통화성자산) 국내주식을 큰 폭 순매도했는데 자금 대부분이 ETF 등으로 유입되면서 M2 증가세를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11월 통계부터 수익증권 등이 제외된 개편 통화지표를 현행 지표와 함께 발표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형·채권형 ETF 등은 '가치 저장' 기능이 낮다고 본 IMF의 권고를 수용한 조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IMF가 계속 M2에서 수익증권을 빼라는 권고를 몇년 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증가율은 뚝 떨어진다. 10월 M2 증가율(8.7%)에서 수익증권 기여도는 3.3%포인트에 달한다. 수익증권을 빼면 증가율은 5%대 중반으로 내려앉는다. 한은은 "현재 수익증권 기여도는 2008년 펀드 열풍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으로 유동성이 지목되는 것에 대해서도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이론적으로 유동성 증가가 자산가격과 환율 상방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최근 흐름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은 공급부족 우려나 '똘똘한 한채' 선호 등으로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 기대와 수요가 쏠린 점이 주된 배경"이라며 "최근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핵심지에서는 현금구매 비중이 상당 폭 높아졌는데, 이는 과거 누적된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도 "유동성 상황보다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유동성이 자산가격 상승과 상대적인 원화 약세를 불렀다는 우려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미국보다 돈을 더 풀었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9월 기준 한국 M2 증가율(8.5%)이 미국(4.5%)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직전부터 누적 수치를 보면 한국(49.8%)과 미국(43.7%)의 차이는 크지 않다. 게다가 미국 M2 지표에는 수익증권이 빠져 있어 직접 비교 자체가 어렵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M2(평잔 기준)는 4471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1조1000억원(0.9%)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7% 증가했다. 지난 9월(+8.5%)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통화량 증가는 '수익증권'이 주도했다. 10월 수익증권은 전월 대비 31조5000억원 급증했다.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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