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칠레 대선에서 압승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59)는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성향이다. 불법 이민 문제가 있었지만 장기화한 경기침체에 대한 유권자들 불만이 선거에서 무엇보다 큰 이슈였다. 카스트 후보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내걸고 공공예산 감축,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법 유연화 같은 정책을 제시한 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이로써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파라과이와 에콰도르가 2023년에, 올해는 볼리비아에 이어 칠레가, 중미에서도 파나마(2024년) 코스타리카(2022년) 엘살바도르(2019년) 등에서 범우파의 집권, 즉 ‘블루 타이드’ 물결이 계속 퍼져왔다. 기존의 핑크 타이드가 급속도로 쇠락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국경의 벽이 높아지면서 불법 유입 외국인에 대한 강경 대응 같은 사안이 부각되고 있지만, 유권자들 관심이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기업에 기반한 좋은 일자리의 지속적인 창출, 물가 안정, 청년세대에 더 많은 기회 보장, 건전한 나라 살림을 통한 미래 불안감 해소 같은 것 등이 대표적 관심사다. 이런 문제에 소홀히 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는 격차 해소를 내세우며 한동안 이 지역에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 지출, 포퓰리즘적 가격 통제, 민간부문 위축은 성장의 둔화와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고용시장 악화가 중산층의 삶을 핍박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중남미에서 블루 타이드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세계는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칠레 대선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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