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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사설]칠레도 우파 집권, 확산하는 중남미 ‘블루 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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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대통령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때 복지확대와 큰 정부 기반의 국가 개입을 앞세운 좌파의 집권, 이른바 ‘핑크 타이드’가 대륙을 휩쓸었지만 최근 들어 우파 및 중도우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십여 년간 누적된 좌파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침체한 경제 현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철한 평가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

    이번에 칠레 대선에서 압승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59)는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성향이다. 불법 이민 문제가 있었지만 장기화한 경기침체에 대한 유권자들 불만이 선거에서 무엇보다 큰 이슈였다. 카스트 후보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내걸고 공공예산 감축,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법 유연화 같은 정책을 제시한 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이로써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파라과이와 에콰도르가 2023년에, 올해는 볼리비아에 이어 칠레가, 중미에서도 파나마(2024년) 코스타리카(2022년) 엘살바도르(2019년) 등에서 범우파의 집권, 즉 ‘블루 타이드’ 물결이 계속 퍼져왔다. 기존의 핑크 타이드가 급속도로 쇠락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국경의 벽이 높아지면서 불법 유입 외국인에 대한 강경 대응 같은 사안이 부각되고 있지만, 유권자들 관심이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기업에 기반한 좋은 일자리의 지속적인 창출, 물가 안정, 청년세대에 더 많은 기회 보장, 건전한 나라 살림을 통한 미래 불안감 해소 같은 것 등이 대표적 관심사다. 이런 문제에 소홀히 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는 격차 해소를 내세우며 한동안 이 지역에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 지출, 포퓰리즘적 가격 통제, 민간부문 위축은 성장의 둔화와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고용시장 악화가 중산층의 삶을 핍박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중남미에서 블루 타이드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세계는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칠레 대선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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